식약처 직원, 3억원 상당 시험장비 빼돌렸다 들통

중앙일보

입력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이 퇴직을 앞두고 3억원 상당의 시험장비를 몰래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식약처는 시험장비가 불법으로 반출된 사실을 6개월이 넘도록 모르고 있었다.

퇴직 앞둔 사무관, 시험장비 불법 반출 #37점 사라졌는데…식약처 반년간 몰라 #구입 단가 7000만원 상당 고가 장비도 #"빼돌린 장비로 시험기관 차릴 계획" #특정감사 통해 적발, 전체 회수 조치 #식약처, 해당 직원 횡령 혐의로 고발 #김명연 의원 "장비 관리 허점 보완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명연 의원(자유한국당)에 제출한 ‘불용 시험장비 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보고’에는 식약처의 최근 3년간 시험장비 관리실태와 불용처리 적정성에 대한 감사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물품 출납을 맡았던 5급 공무원 곽 모(55)씨는 지난해 6~8월 불용 처리 대상 시험장비 37점을 개인적으로 빼돌렸다. 실험용 세척기, 분석저울, 현미경 등 의약품 성분과 식품의 잔류 농약 분석 등에 쓰이는 장비였다. 구입 당시 단가가 7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도 있었다. 총 3억 1464만원어치에 해당한다.

곽 씨는 부하 직원과 공익근무 중인 사회복무요원들을 동원해 장비를 자신의 차에 실었고 퇴근 길에 개인 사무실로 옮겨 보관했다. 불법 반출 사실은 곽 씨가 지난해 12월 퇴직할 때까지 들통나지 않았다. 곽 씨는 퇴직 후 빼돌린 장비들을 활용해 식품의약품 시험기관을 차릴 계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지난 2월 정기 재물조사에서 뒤늦게 문제를 알아채고 감사에 착수했다. 불법 반출 규모를 파악한 식약처는 장비를 모두 회수하고 곽 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사용기한 10년이 지나 불용 처리된 장비는 식약처에서 쓰이지는 않지만 정식 절차를 거쳐 매각하거나 대학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처분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평가원에는 ‘기관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감사 과정에서 안전평가원이 폐품으로 처리해야 할 상업용 믹서기 등을 민간업체에 팔아넘기거나, 취득한 장비를 등록하지 않고 사용한 사실을 함께 적발됐다.

김명연 의원은 “정부의 시험장비 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앞으로 물품 취득과 처분 대장 등을 상시로 관리 감독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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