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감와 허탈함 교차하는 생리대 제조 업계

중앙일보

입력

“진작 좀 이렇게 하시지…”

생리대 기저귀 제조사 "늦었지만 안도" #릴리안 제조사 "막대한 손실에 경영 어려움" #5개 제조사 공동 자율 안전 규약 마련하기로

국내 한 생리대·기저귀 제조사 관계자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생리대 위해성 안전 조사결과에서 모든 제품이 안전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자 이렇게 말했다. 이 업체의 생리대와 기저귀도 식약처의 조사대상에 포함돼 마음을 졸여왔다. 이 관계자는 “불필요하게 우왕좌왕하고 인체에 유해한지 결론을 내려주지 않아 소비자 혼란을 가중하고 기업에는 타격을 줬다”며 “지금이라도 분명한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의 발표에 업계는 일단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앙금은 남았다. 특히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부 교수의 보고서에서 유일하게 브랜드와 업체명이 공개돼 논란의 중심에 선 ‘깨끗한 나라’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유감을 표시했다. 깨끗한나라는 “식약처 조사에서 우리 회사의 모든 생리대·기저귀 제품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의 유해성이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시민단체와 대학교수가 필요 이상의 자극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해 소비자의 불안과 혼란을 야기시킨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또 “환불과 제조 중단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 발표에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이날 깨끗한 나라는 전날보다 9.08% 오른 4385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이날 장중 한때는 4835원까지 치솟았다. 하루 거래량은 350만주로 전날(4만9028주)의 71.4배로 급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깨끗한나라가 정상을 되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 상품인 릴리안 생리대 판매 중단과 환불,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보았다는 관측이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유통 업체들과 협의를 해야 해 당장 판매 재개는 어렵고 정확한 피해 규모는 3분기 결산이 끝나는 11월 초에 집계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깨끗한나라, 엘지유니참, 웰크론헬스케어, 유한킴벌리, 한국P&G 등 생리대·기저귀 제조업체 5개사는 공동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5개사는 “식약처 발표에서 나타난 VOCs 수치가 관리 기준보다 현격히 낮아 위해성과 연계하기 어렵다”면서 “안심하고 생리대를 사용해달라“고 호소했다. 5개사는 또 “유해성 논란을 계기로 공동 자율안전규약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