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을 집에서 납치당했어요" 28년 째 딸 찾는 이자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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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우씨는 1989년 수원 팔달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7개월 된 한소희양을 납치당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 페이스북]

[사진 경기남부경찰 페이스북]

당시 이자우씨는 놀이동산을 간다며 한껏 들뜬 두 살배기 아들을 시부모께 맡기고 7개월 된 딸 소희만 등에 업은 채 돗자리와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에 다녀왔다.

오후 6시쯤 돌아와 보행기에 딸 소희를 앉히고 마당 한 쪽에 놓인 평상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한소희양. [사진 경기남부경찰 페이스북]

한소희양. [사진 경기남부경찰 페이스북]

누군가 "계세요? 여기가 진영 엄마네 집인가요?"라며 문을 두드렸다.

이씨가 문을 열어주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불쑥 집안으로 들어와 마루에 걸터앉아 '진영 엄마'를 찾아 온 동네를 뒤지고 다니느라 힘들다며 물 한 컵을 달라고 했다.

한소희양. [사진 경기남부경찰 페이스북]

한소희양. [사진 경기남부경찰 페이스북]

당시만 해도 이웃들 간 왕래가 잦은 때라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이씨는 물 한 컵을가져다주었다.

젊은 여자는 이어 보행기에 앉아 놀고 있는 소희를 보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이씨는 그만 가보라는 말을 차마 못 했다고 한다.

이씨는 남편이 집에 들어올 시간이 돼 쌀을 씻으려 부엌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뒤를 돌아보니 불청객과 소희 둘 다 사라진 상태였다.

한소희양 실종아동 포스터. [사진 경기남부경찰 페이스북]

한소희양 실종아동 포스터. [사진 경기남부경찰 페이스북]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씨는 "그때 바로 뛰어나가 찾아다녔다면 소희를 잃어버리지 않았을 텐데…"라며 "너무 당황해서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 나서야 집 밖으로 뛰어나왔지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제가 잃어버린 게 아니고, 집 안으로 걸어들어와 아이를 안고 나간거 잖아요. 누군가 훔쳐야겠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덤비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요"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씨는 죽을 때까지 소희를 찾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하곤 한다. 또한 "유괴 아동을 찾는 데 '제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시민들에게 절실히 부탁했다.

한소희양의 오빠화 함께 찍은 사진. [사진 경기남부경찰 페이스북]

한소희양의 오빠화 함께 찍은 사진. [사진 경기남부경찰 페이스북]

이 사연은 지난 1일 경기남부경찰의 페이스북에 공개됐다. 30년 가까이 소희를 찾는 가족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면 실종아동전문기관(02-777-0182)로 관련 제보를 하면 된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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