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첫 여성대통령 탄생 임박

중앙일보

입력

11일 싱가포르 대통령선거위원회(PEC)가 할리마 야콥(63) 전 국회의장에게만 대통령 후보 적합 결정을 내렸다. [AFP=연합뉴스]

11일 싱가포르 대통령선거위원회(PEC)가 할리마 야콥(63) 전 국회의장에게만 대통령 후보 적합 결정을 내렸다. [AFP=연합뉴스]

싱가포르가 첫 여성대통령이자 소수 인종인 말레이계 대통령 탄생을 앞두고 있다.

11일 싱가포르 대통령선거위원회(PEC)는 대통령 선거 입후보 신청을 한 5명의 지원자 중 할리마야콥(63) 전 국회의장에게만 '후보 적합' 결정을 내렸다고 싱가포르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할리마 전 국회의장과 함께 입후보 신청한 해운회사 회장인 파리드 칸(61), 부동산업체 최고경영자인 살레마리칸(67)은 부적합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정부 요직을 거치지 않은 경우 최근 3년간 평균 시가총액 5억 싱가포르달러(약 4200억원) 이상인 기업의 대표를 지내야 한다는 자격조건에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의 후보는 자신들이 어떤 인종 군에 속했는지를 밝히지 않아 자동 탈락했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많은 중국계 대통령만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5차례의 임기 동안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소수 인종 그룹에 차기 대통령 후보를 단독으로 추천할 수 있도록 헌법을 제정했다. 올해 선거에서는 말레이시아계에 단독 입후보 권한이 돌아갔고, 따라서 자신의 인종 군을 밝히지 않으면 대통령 후보 자격을 잃게 된다.

향후 공식 입후보 서류 제출 등 절차가 남아 있지만 할리마 전 국회의장은 13일 정오 PEC의 대통령 후보 선출 절차가 공식 종료되고 나면 곧바로 싱가포르의 제8대 대통령 당선인이 된다.

2013년 싱가포르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 자리에 올랐던 할리마는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자 첫 말레이계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할리마 전 국회의장은 "선거청으로부터 후보 적합 통보를 받았다. 선거에 나서든 나서지 않든 싱가포르 국민을 섬기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나의 열정과 임무는 같다"며 "더 강한 싱가포르를 건설하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국가를 물려주는 작업에 모든 싱가포르인의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8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친척이 운영하는 음식 노점상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돕느라 학교를 결석해 쫓겨날 뻔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한 할리마 전 국회의장은 싱가포르국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노동법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2001년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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