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한 판정..." 여성 주심 처음 등장한 독일 분데스리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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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아나 슈타인하우스 [사진 분데스리가 트위터]

비비아나 슈타인하우스 [사진 분데스리가 트위터]

 유럽 5대 축구리그 경기에서 처음 여성 주심이 경기를 진행했다.

경찰관 출신 슈타인하우스, 베를린-브레멘 경기 주심 #2부에서 10년간 경험하다 지난 5월 1부 심판으로 배정 #영국, 스페인 등 빅리그 통틀어 여성 주심으론 첫 휘슬

경찰관 출신의 38세 여성 주심 비비아나 슈타인하우스는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헤르타 베를린과 베르더 브레멘의 2017-2018 시즌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주심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포함해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5대 리그 경기에서 여성 주심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도 슈타인하우스는 경기를 차분하게 이끌었다. 경기는 1-1로 끝났다. 경기 후 라인하르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 회장은 "부담감 속에서도 침착하게 올바른 판정을 내린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작 슈타인하우스는 "끝나서 안심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경기를 맡은 것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경기 홈 팀이었던 헤르타 베를린은 슈타인하우스의 데뷔전을 기념하기 위해 여성 관중에겐 입장권을 반값으로 할인해 판매했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슈타인하우스의 분데스리가 주심 데뷔를 축하하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축구 경기에서 여성 주심은 흔한 편이다. 그러나 남자 경기에 여성 주심이 판정을 내리는 건 많지 않았다. 스위스 출신 니콜 패티냇이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스위스 1부리그 주심과 UEFA컵 경기 주심을 맡은 바 있지만 영국, 독일 등 유럽 빅리그에선 여성 주·부심이 경기를 치른 적이 없었다.

2007년 독일 프로축구 첫 여성 주심이 된 슈타인하우스는 분데스리가 2부 리그에서 10년간 80경기 이상을 진행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축구 결승전에서도 주심을 맡았던 그는 지난 5월 분데스리가 1부리그 심판으로 승격해 데뷔전까지 치렀다. 슈타인하우스의 판정을 지켜본 양 팀 감독들도 만족해했다. 팔 다르달리 헤르타 베를린 감독은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알렉산더 누리 베르더 브레멘 감독은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주심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할 건 없다고 했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됐고, 경기는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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