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와 교도소 과밀수용은 기본권 침해”…첫 국가배상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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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나 교도소 등 국가 교정시설에 과밀 수용돼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첫 국가배상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1인당 수용거실 면적 2㎡ 이하는 인간 존엄과 가치침해” #원고 일부 승소판결로 2명에게 위자료 150만원, 300만원 지급해야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일정 규모 이하 면적의 구치소 거실에 수용한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한 뒤 나온 판결이어서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부산고법 민사6부(윤강열 부장판사)는 31일 A 씨와 B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08년 2월 21일부터 같은 해 9월 4일까지 부산구치소에, B씨는 2008년 6월 19일부터 2011년 7월 12일까지 부산구치소와 교도소에 수용돼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은 다른 수용자와의 과밀수용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교정시설이 객관적 정당성 없이 적정한 수용 수준을 넘어 좁은 공간에 과밀수용함으로써 원고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수인한도를 넘을 정도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할 경우, 다른 수용기준이 아무리 충족된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이미 국가형벌권 행사를 한계를 넘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수용 거실은 취침과 용변 등 수용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곳이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1인당 최저수용면적을 2㎡로 제시하고 개인 수용공간 면적이 2㎡ 이하였던 기간이 186일이었던 A 씨에게는 위자료로 150만원을, 개인 수용공간 면적이 2㎡ 이하였던 기간이 323일이었던 B 씨에게는 300만원을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정시설 신축에 드는 국가 예산, 교정시설 신축 부지 선정의 어려움, 미결 수용자의 특수성 등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과밀 수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가는 교정시설을 새로 짓는 등 과밀수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장기 대책을 세우고 교정시설 내 다른 공간을 수용 거실로 리모델링하는 등 수용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책무가 있었지만 시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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