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감금 국정원 여직원 “찬반 클릭은 테스트” 혐의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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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4일 재소환한 서울 수서 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불법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4일 재소환한 서울 수서 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찬반 클릭한 것은 사이트를 상황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법조계를 인용해 김씨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단독 명선아 판사 심리로 진행된 ‘오늘의 유머’ 운영자 이모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공개 신문을 받으며 “사이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고 21일 보도했다.

그동안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던 김씨는 이날 “커뮤니티 대표가 기자에게 제공한 아이디는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진술했다. 증인 신문은 가림막을 설치한 채 1시간 20분여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씨는 2012년 말 국정원이 대선 개입 댓글 활동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로 찾아가 만나려고 했던 당사자다. 이씨는김씨 것으로 추정되는 오유 아이디가 포함된 게시글 링크를 수사기관과 언론사에 넘겼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당시 사흘간 ‘셀프감금’을 당하기도 했다.

이씨는 2013년 1월 한 일간지 기자에게 김씨가 사용하던 아이디 11개를 전달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김씨의 고소를 접수한 검찰은 이씨를 2015년 2월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이씨는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후 2년 6개월 동안 15차례의 재판이 열렸지만, 법원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동안 이씨가 증인으로 신청한 김씨가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김씨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부정하며 자신의 댓글 활동을 “대북 사이버 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게시글을 올리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증언했다.

특히 게시판에 추천과 반대를 클릭한 행위는 “테스트 차원”이라고 했다. 테스트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사이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2013년 8월 국정원 댓글 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했을 때도 같은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건을 심리한 상소심 재판부가 김씨가 소속돼 있던 심리전단 안보 3팀 5파트에 대해 “2012년 8월 말 파트장의 지시에 따라 오유에 찬반 클릭을 시작했다”며 “파트장과 파트원들은 함께 시사게시판 등에 하나의 게시글에 집중적으로 반대 클릭을 하면서 게시글이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거나 추천 클릭을 많이 해 베스트 게시판에 올리는 활동을 했다”고 인정한 것과 상반된 증언이다.

김씨는 오유에 아이디를 만들 때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무선인터넷이 되는 카페나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가입이 가능한 야후 또는 지메일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2월 12일 당시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이 ‘국정원의 선거 관련 불법 댓글’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오자 오피스텔 문을 걸어 잠근 채 감금당했다고 신고해 ‘셀프 감금’ 논란을 빚었다.

이씨의 선고 공판은 10월 18일 열린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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