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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조용했던 스페인, 이번엔 왜 당했나

중앙일보

입력

2004년 3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열차 폭탄테러는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참사였다.
당시 알카에다는 미국 9·11 테러 발생 911일만에 터진 마드리드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테러는 집권 국민당의 총선 참패로 이어졌고, 새로 들어선 사회당 정부는 이라크전에 참전한 스페인군 철수를 약속했다. 이슬람 무장단체의 추가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던 셈이다.

2004년 192명 숨진 마드리드 열차 테러 후 #치안·정보·법조 3000명 동원해 테러 예방 #공격 빌미 피하려 시리아 공습 작전도 빠져 #지난해 7500만 명 방문한 세계 3대 관광국 #민간인 노린 '소프트 타겟' 테러 최적지로

이후 13년간 스페인은 테러 청정지역이었다. 프랑스 파리·니스, 독일 베를린,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에서 폭탄·차량 테러가 줄을 잇는 동안에도 스페인만은 안전했다.
마드리드 열차 테러 이후 스페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테러 예방책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당시 당국은 대대적인 지하디스트 소탕전을 벌여 약 700명을 체포했다.

17일 차량 테러가 발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를 경찰이 통제하고 조사 중이다. [AFP=연합뉴스]

17일 차량 테러가 발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를 경찰이 통제하고 조사 중이다. [AFP=연합뉴스]

지난 6월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가 보도한 ‘지하디스트 테러리즘 : 스페인이 공격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기사에도 스페인의 테러 예방책이 자세히 소개됐다. 신문은 “열차 테러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며 “치안·정보·법조 기관을 망라한 3000명 넘는 인력이 테러를 막기 위한 ‘그림자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도 수천 명이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으며, 500건 넘는 전화 감청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테러는 대부분 계획 단계에서 적발돼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08년 탈레반과 연계된 테러리스트의 열차 테러 계획도 사전에 파악해 막을 수 있었다.

신문은 또 “스페인엔 프랑스와 달리 저소득 무슬림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 따로 없다”며 이 점도 테러 예방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슬람 전사가 되기 위해 시리아·이라크로 떠난 스페인인은 150여 명에 불과하다. 1000명이 넘는 프랑스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다.

스페인 정부는 테러 단체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한 노력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2015년 스페인이 유럽연합(EU) 국가가 참여한 시리아 IS 공습 작전에 함께하지 않기로 한 것은 IS의 타겟이 될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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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엘 파이스는 “공격은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고, 결국 현실이 됐다.
올초 지하디스트들은 “지중해 인기 관광지를 테러 목표로 삼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페인엔 지난해 7500만 명이 방문했다. 불특정 다수를 노려 공포를 극대화하는 ‘소프트 타겟’ 테러의 목표가 되기에 세계 3대 관광국가인 스페인은 최고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또 최근 난민 유입이 급증한 것도 스페인의 테러 위협을 키웠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난민들 틈에 섞여 테러리스트가 잠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북아프리카에서 스페인으로 온 난민은 9000명이 넘는다. 지난해보다 3배 늘어난 수치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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