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모은 '1800만원' 기부하고 떠난 기초생활수급자 할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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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혼자서 외롭게 생활해온 김용만(91) 할아버지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전재산을 기부하고 최근 별세했다. [연합뉴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혼자서 외롭게 생활해온 김용만(91) 할아버지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전재산을 기부하고 최근 별세했다. [연합뉴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외롭게 생활해온 90대 할아버지가 사후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한 생전 약정을 이행했다.

17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13년 1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후 전세자금 1800만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김용만(91) 할아버지가 최근 별세했다.

1926년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에서 태어난 김 할아버지는 9살 때 탄광 사고로 부모를 잃었다. 국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김 할아버지는 전쟁이 끝나자 30년 이상 막노동과 파지 줍는 일을 하면서 혼자 생계를 이어오며 전세금 1800만원을 모았다.

김 할아버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활하다가 4년 전 중구희망복지지원팀과 사회에서 받은 사랑과 배려에 감동해 모금회에 유산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당시 유산기부 약정을 하면서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면서 너무 어렵게 힘들게 살아왔다. 꼭 부모 없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집주인은 최근 김 할아버지가 지병으로 별세하자 그의 유언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모금회에 전달했다.

박용훈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성금은 고인 유지에 따라 중구 소외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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