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69년 만에 막 내린 '신격호 시대'…모든 이사직 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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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5) 총괄회장이 9일 롯데알미늄 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그룹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이 1948년 ㈜롯데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롯데그룹을 창립한 지 69년 만이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 [중앙포토]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 [중앙포토]

롯데알미늄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의 기타 비상무이사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알미늄은 신 총괄회장이 마지막까지 등기임원 직위를 유지하던 계열사로, 신 총괄회장의 임기는 이날 종료된다.

롯데 측에 따르면, 롯데알미늄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에는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어서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고 최근 대법원이 신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인을 지정하도록 결정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인 사단법인 ‘선’은 “신 총괄회장이 경영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무를 보는 대가로 급여를 반복적으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등기임원과 같은 상법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롯데제과 20년사에 수록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 [사진 롯데제과]

롯데제과 20년사에 수록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 [사진 롯데제과]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롯데쇼핑과 롯데건설, 5월에는 롯데자이언츠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특히 지난 6월 롯데그룹의 모태이자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2선 퇴임을 공식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최근까지 국내 주요 재벌그룹 중 거의 유일하게 창업주가 경영을 이끌어 왔다”며 “롯데그룹의 2세 경영 시대가 바야흐로 열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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