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계 "3000개 중소업체 존폐위기"…도움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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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정부에 신중한 정책 결정을 당부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 단체인 한국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자동차부품산업계 위기 극복 지원 호소문’을 공개했다.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신중한 정책 결정 요청" #판매부진, 유동성 위기, 노사관계 악화 우려 #수출과 내수 부진해 일감 대폭 줄어 생존 위기

이들은 “기아자동차가 8월 중 예정된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기아차에 대한 대금 지급 의존도가 높은 중소부품협력업체는 존폐 위기상황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ㆍ국회ㆍ법원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문제 등의 사안에 대해 신중한 정책 결정을 내려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호소문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업계는 ^판매ㆍ생산 부진에 따른 경영 악화 ^완성차업계로부터 시작된 유동성 위기 후폭풍 ^노사관계 악화 및 관련 분쟁 증가 우려 등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이후 450만대 수준을 유지하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2015년보다 7.2% 감소한 422만8509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생산량 기준 순위도 인도에 밀려 세계 6위로 내려앉았다. 자동차 업계의 자부심이었던 ‘글로벌 톱 5’의 지위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 판매가 크게 줄어 타격이 컸다. 올해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은 132만1390대로, 93만8837대를 수출한 2009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다.

내수 역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내림세로 접어들면서 올해 상반기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4% 감소했다. 부품업계는 “수출감소와 내수 부진이 맞물리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점점 줄고 있다. 완성차 매출액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부품 생산ㆍ납품 중소 협력업체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 업계가 직면한 또 다른 고통은 완성차 업체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다. 이들은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3조원 이상의 우발적 채무가 발생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기아차에 대한 대금지금 의존도가 높은 영세부품협력업체들은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특성상 위기가 전ㆍ후방 3000여개 업체로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중소 부품업체의 노사관계가 악화될 우려도 있다.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라 상여금을 임금제도로 운영 중인 다수의 중소 자동차부품업계가 노사간 소송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완성차 회사의 임금수준이 중소 부품업체 평균임금의 2배가 넘는 상황 속에서 협력부품업체 근로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게돼 노사관계가 악화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달석 자동차산업 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날 호소문 발표 자리에서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아차가 패소하면 너도나도 소송을 제기할텐데, 금액도 문제지만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 총체적 위기가 될 것”이라며 “도저히 잠이 안 올 정도로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이익이 문제가 아니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가 문제인 만큼 정부와 국회에서 업계를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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