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선수들 황금만능주의에 물들었나|"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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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운동하는 기계"로 몰아온 체육행정도 문제>
유도 국가대표선수단의 하극상사건은 메달지상주의를 추구해온 한국스포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스포츠계는 제5공화국 출범이후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계층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아시안게임·올림픽이라는 양대사의 유치로 자연스럽게 체육인들의 사회적 위치가 격상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스포츠팀을 보유하고 있는 각 재벌기업들은 선수스카웃을 놓고 과열된 경쟁을 벌이면서 심지어 억대의 금품수수가 비일비재, 순진한 선수들을 황금만능주의에 물들게 하면서 비뚤어지게 만들었다.
현재 미해결상태인 축구의 김종부 농구의 하미숙 배구의 이재필 사건등은 좋은사례다.
특히 지난7월 유고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축구선수들이 결승전을 앞두고 포상금을 요구했다해서 구설수에 올랐던 것도, 지난7월 에센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선 선수들이 성적부진의 이유를 다른 경기 단체만큼 돈을 쓰지않는 유도회의 무성의에 돌려댔던 것도 선수들의 흐트러진 정신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다.
이번 유도의 불상사도 이같은 맥락과 일치한다.
하형주 이쾌하 등 유도국가대표선수 18명의 집단이탈 소동은 비록 원만하게 매듭지어지긴했으나 한국스포츠의 굴절된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 보인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체육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노사분규를 연상케 했던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국제대회에서의 금메달획득만이 지상의 과제인양 선수들을 「운동하는 기계」로 몰아 붙여온 체육행정과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키 어려울 만큼 많은 혜택을 누려와 더이상 「헝그리 정신」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된 선수들의 의식구조가 다함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명예와 의리를 중하게 여기는 유도에서 괴로운 훈련과정을 기피하거나 코칭스태프에 반발하는 최근의 정향은 선수들의 의식과 생활의 변화와 관련, 지도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놓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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