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 수첩 들고 '수첩공주'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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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활짝 웃고 있다. 오종택 기자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평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유시민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국회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찾아왔다. 취임 인사였다. 유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에 의해 '절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그래도 임명이 강행되자 한나라당은 "앞으로 정책 협조는 없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예상보다 화기애애했다. 유 장관은 청문회에서 보여준 '부드러운 변신'을 이어갔다. 박 대표에게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로 국정을 이끌었던 분"이라며 "소록도에서 자원봉사 하시던 모습을 기억한다"고 말을 건넸다. "지도자로서 도와 달라"며 예우하기도 했다. 박 대표도 "가는 말이 고우니 오는 말도 곱다"며 웃었다.

하지만 말 속에 뼈도 있었다. 유 장관이 "국민연금 문제가 국회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말하자, 박 대표는 "국민연금제도엔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기초연금제를 받아들이란 요구였다. 한편 이날 유 장관은 수첩을 들고 박 대표를 방문해 눈을 끌었다. 한때 박 대표도 수첩을 늘 지니고 다녀 '수첩 공주'라고 불린 적이 있다. 유 장관은 기자들에게 "박 대표는 이제 필요 없지만, 난 초보라 수첩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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