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걱정, 돈 걱정 동시에 해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다만 자식에게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점이 이 상품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모기지론으로 받는 돈은 적은 편이 아니다. 3억원짜리 집을 역모기지에 가입할 경우 사망할 때까지 받는 돈은 매달 93만원, 연 1116만원이다. 65세의 평균 기대여명인 83세까지 살 경우 지급받는 돈의 규모는 총 2억88만원이다. 평균 주택 가격상승률(연 4%)을 고려할 경우 이때쯤 되면 보유 주택의 가치도 6억원 정도로 오르게 되지만 연 6.5% 수준의 대출이자와 보증보험료(0.5%), 취급 수수료(1%) 등도 함께 감안할 경우 받는 돈이 적은 게 아니라는 게 재정경제부의 설명이다.

같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 돈을 매달 쪼개 쓰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담보비율 60%에 따라 1억8000만원을 대출받아 이 돈을 정기예금에 넣어놓고 매달 생활비로 역모기지론과 같은 93만원씩 쓸 경우를 가정해 보자. 대출 금리 연 6%, 예금 금리 연 5%로 전제하면 1억8000만원은 10년6개월(126개월) 만에 없어진다. 예금을 생활비로 꺼내 쓰기 때문에 예금이자는 갈수록 줄지만, 1억8000만원에 대한 대출 이자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대출 이자를 다 갚더라도 10년여 뒤에 대출 원금 1억8000만원을 갚아야 하므로, 집을 팔아 이를 제하고 남은 돈으로 동일한 주거 환경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 집을 팔고 동일한 수준의 주택에 전세로 옮긴 뒤 남은 돈을 꺼내 쓸 수도 있다. 현재 시가 대비 전세가 비율(57%)에 맞추면 전세금으로 1억7100만원이 필요하다. 남은 돈 1억2900만원을 정기예금에 넣은 뒤 매달 93만원씩 쓰면 17년3개월 동안 이 돈을 쓸 수 있다. 예금이자(5%)를 포함한 계산이다. 이 경우엔 전세금을 2년마다 올려줘야 하므로 주거가 불안해진다.

홍병기 기자

◆ 역모기지론이란=모기지론(mortgage loan)은 집을 살 때 이를 담보로 일정액을 대출받은 뒤 장기간에 걸쳐 매달 원리금을 조금씩 갚아나가는 것이다. 역(逆)모기지론은 이와 반대로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한 금액을 대출받는 것이다. 집을 갖고 있지만 특별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에게 노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사망 때까지 연금형태로 매달 대출해주는 형식이다. 장기간에 걸쳐 미리 대출을 나눠 받고,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는 가입자가 사망한 뒤 주택을 처분해 대출 원리금을 챙기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