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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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헤르만·헤세」의 소설『청춘은 아름다와라』엔 폭죽(폭죽) 얘기가 많이 나온다. 주인공 「헤르만」청년은 고향을 떠나 모험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겨우 입신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의 동생 「프리츠」는 꽤 장난꾸러기였던 모양이다. 혼자 폭죽을 만들어 터뜨리곤 했다. 「헤르만」은 잠시 고향에 머무는 동안 한 소녀를 만나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지만 이루지 못하고다시 고향을 떠난다. 저녁 무렵 시골역에서 기차를 타고 작별을 고하는 순간 그의 동생은 연신 불꽃을 쏘아 올린다.
한폭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작품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 순간,「헤르만」이 타고 있는 기차의 창밖에서 폭죽이 작렬하는 광경이다. 작자는 「헤르만」청년의 가슴에 불꽃을 심어 주려한 것이다.
불꽃놀이의 역사는 길다. 벌써 기원무렵 그리스, 로마의 하늘에서도 불꽃이 솟아 올랐다.물론화약으로 만든 폭죽은 13세기 이후의 일이다. 이탈리아의 고도 피렌체에서 비롯되어 16세기엔 유럽 곳곳의 하늘을 수 놓았다. 18세기말 염소산 (염소산) 가리가 발견되고 나서는 불꽃의 색깔도 마음대로 바꿀수 있게 되었다.
폭죽이 많은 나라는 경사도 많다. 그 중에는 독재국가의 관제경사도 있지만 미국 독립기념일이면 워싱턴 하늘을 현란하게 꽃피우는 국민의 축제도 있다.
파리 시민들이 『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하며 개선문을 행진하는 프랑스혁명 기념일인 7월14일에도 파리 하늘에선 불꽃이 작렬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요즘은 그 폭죽이 어린이들 장난감으로도 만들어져 설날이나 대보름때면 동네 골목이 시끄럽다.
바로 그 폭죽이 지난 주말엔 어느 정당 유세장에서 사제 폭약으로터져 많은 사람이 다쳤다. 민주주의의 제전인 선거를 축하하는 폭죽이 아니라 그 행사를 망치려는 폭죽이었다.
『친애하는동포 여러분!』
요즘의선거 풍경을 보면 절로 이런 말이 나온다. 이제 남은 며칠, 실로「친애하는 동포 여러분」은 꺼질듯 꺼질듯하는 민주의 촛불을 흔드는 일은 삼가야한다.
폭죽은 고이 감추어 두었다가 그날 민주의 함성이 솟구치는날 터뜨려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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