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정상회담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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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관례상 외교교섭에서는 논쟁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졌다」든지, 합의가 없었다는 것을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는 등으로 완곡히 표현한다.
그러나 나흘간의 미소정상회담을 결산하면서 10일「레이건」 미대통령은 『두 사람은 견해차를 회피하지 않았다』고 말함으로써 주요현안들에 대한 이견을 직설법으로 시인했다. 한마디로 이번 미소정상회담은 중거리 핵 제거 협정체결 이외에 다른 주요쟁점에 관해서는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두 사람이 해결에 기대를 걸었던 쟁점 중 가장 큰 것은 군축문제로서는 장거리·전술 핵 감축, 지역문제로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 철수문제, 인권문제로서 소련내 유대인 및 정치범의 출국제한 완화등이었다.
양측은 중·단거리 핵제거 조약체결을 발판 삼아 장거리·전술 핵 반감협상까지도 아예 원칙합의 하려는게 당초 목표였다. 지금까지의 장거리 핵 감축 협상에서는 「레이건」 의 전략방위계획(스타워즈) 에 대한 소련의 반대가 장애로 작용돼 왔다.
아프가니스탄의 소련군 철수문제도 당초엔 낙관적 분위기였다. 빠르면 8개월 후 철군이 실시될 수 있을것으로 소련수행관리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정상회담에서 소련측은 아프가니스탄 반란군에 대한 미국지원의 중지를 철군개시와 연결시킴으로써 협상이 난관에 부닥쳤다.
지역 정세중 페르시아만 전쟁도 큰 쟁점으로 제기됐다. 미국은 이란이 유엔의 평화적 전쟁종식 결의안을 준수 할때까지 모든 국가가 이란에 대한 무기판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란이 중립적 선박을 공격하는 한 미·서방해군의 페르시아만 주둔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련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단은 이라크쪽에 기울어져 있지만 대이란 무기 금수에는 동조하지 않았다.
아울러 모든 제3자의 페르시아만 철수를 요구했다.
장거리 핵무기등 군축문제와 아프가니스탄 철군문제등에 입씨름을 벌여야했던 까닭에 한국문제는 당초 백악관 고위관계자의 예상과 달리 정상간에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양측 의제별 실무그룹회의에서 남북한 대화 촉진문제와, 특히 내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양국의 협조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소식통들은 보고 있으나 구체적 내용은 미행정부 관계자들간의 정리 및 해당국에 대한 통보과정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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