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보 단일화논의 양당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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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권후보 단일화문제를 둘러싼 각진영의 움직임이 정가의 관심사로 등장,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물론 「일과성 논의」로 그칠지, 아니면 극적 드라머를 연출해낼지 누구도 단언할수 없는 상태이긴하나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비상하게 쏠리고 있다.
그동안 단일화문제는 유세 열기로 「강 건너간 명제」로 치부됐던게 사실.
그러나 지난달 14일△계훈제·박형규씨등 재야인사△박찬종의원등 서명파의원 5명△종교계·학계·법조계·언론계인사△연극인△가톨릭농민회등으로 이루어진「군정종식 단일화쟁취 국민협의회」(약칭 국협) 가 구성되면서부터 「불씨」가 지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김수환추기경까지 이문제를 거론하고 대학생들이 8일부터 민주·평민당사등을 점거하여 농성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지자 다시 무대 전면에 등장하게된 것.
게다가 백기완후보가 단일화를 위한 비상정치회담까지 제의하자 이를 둘러싸고 형국이 급격히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단일화 움직임에 대한 민주·평민당의 입장은 무엇이고, 어떻게 귀결될것인가.
우선 민주당의 김영삼후보측은 외면상으로는 매우 적극적인 태도다.
김후보의 고위 측근은 『「국협」측이나 백후보측이 요구하는 단일화 협의에는 언제든지 응하겠다』며 『우리가 「대민주연정」을 제의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김후보는 10일 상오 백후보와 전격적으로 만나 단일화문제를 적극 검토키로 하는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적극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단일화 문제에 있어서는 그동안명분론에서 평민당측 입장보다 설득력 있는 자세를 취해왔고△현재의 판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에반해 평민당측 입장은 좀더 소극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평민당은 「단일화」논의가 마치 「김영삼후보측의 논리」처럼 되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 양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
김대중후보가 서울유세때 제의한 「TV토론과 공동유세에 의한 국민적 지지에 따른 단일화」방안을 계속 주장해온 것이나 김추기경에 대해서도 「볼멘 소리」 를 한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김후보는 9일 농성학생들에게 『단일화는 찬성하지만 수백만명의 지지자를 두고 나혼자 결정할수 있겠느냐』며 『두사람이 국민앞에 나서 지지도에 따라 양보한다면 지지자들을 설득시킬수 있다』고까지 말할정도였다.
그러나 자칫 이 문제를 잘못건드릴 경우에는 마치 야권후보 단일화에 반대하는듯한 인상을 줄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오히려 이를 적극 수용하는듯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단일화논의의 희석 작전을 구사하고있다는 인상이다.
이중재선거대책본부장이 회견을 통해 민주연정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것도 그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양당이 현재 처해있는 입장을 감안할때 한마디로 두김씨 사이의 단일화는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다.
즉 서로 대세를 잡았다고 주장하면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마당에 어느 누구가 양보하겠느냐는 분석이다.
게다가 양김후보의 「속성」 상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마이동풍」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또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김추기경도 당초의 적극작인 입장에서 물러선 것으로 알러졌다.
그러나 이 문제는 딱 부러지게 외면할수 없는 사항인데다 이를 어떻게 잘 「처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수 있는 것이므로 양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양당과 단일화 촉구 진영간에 치열하게 막후접촉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인데 10일 하오 열릴 비상정치회담이 중요한 고비가 될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측은 만약 「국협」측의 중재가 무산된다면 각종 여론조사내용등을 제시하면서 양김후보증 누구로 단일화되는게 군정을 종식시킬수 있느냐 하는 점을 차선책으로라도 천명해줄 것을「국협」 측에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평민당측은 이미 김대중후보 지지를 표명한 민통련이나 전대협의 움직임을 부각시키고 이번 단일화 논의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것 같다.
평민당도 이미 자신들 편으로 돌아선 기존 재야세력을 바탕으로 해 모종의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양당은 만의 하나라도 단일화 주장 세력이 어느 한쪽으로 흐르는 것만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단일화 촉구진영은 중재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군정 종식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기본입장아래 특정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함께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종필후보의 사퇴론. 김후보가 막판에 극적으로 사퇴하고김영삼후보를 지원하리라는 소문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끈질기게 나돌았고 이를 위해 막후 접촉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영삼·백기완후보간의 합의는 「유신세력배제」로 되어 있어 서로 맞물려 있다.
김종필후보측도 자신의 사퇴는 오히려 민정당에 유리하게된다며 그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의 일방적이고 극적인 변수가 등장할는지는 아무도 예측할수 없는 일이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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