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적 유세발언 남발|후보마다 "내가 안되면 혼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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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통령선거전 막바지 접전이 불꽃을 튀기는 가운데 「1노3김」대권주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당선 안되면 큰 혼란이 온다며 국민들을 위협하는 듯한 「혼란논쟁」을 벌이고 나서 가뜩이나 흑색선전·지역감정·관권-김권 타락선거 시비등으로 어수선한 선거분위기가 더 혼탁해지고 있다.
이같은 「혼란논쟁」은 후보진영뿐 아니라 지지세력과 시민들 사이에도 은연중 전파돼 공명선거-결과승복-정통성시비종식-민주안정의 국민적 합의자체가 흔들리고 1주일 앞으로 다가온 투-개표 선거 일정이 순조롭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더우기『A후보가 당선되면 학생들이 들고일어나 학난, B후보가 되면 특정지역에서 승복지 않아 민난, C후보가 되면 군난』이 일어난다는 루머까지 시중에 공공연히 나돌고 있어 선거 후 정국에 먹구름이 예상되고 있다.
뜻 있는 시민들은 공명선거-결과승복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선거의 의의가 없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국민을 얕잡아보는 「혼란」논쟁을 중지하고 상호자제를 통한 공정선거로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승복거부위협=『야당이 집권하면 평화적 정부 이양이 좌절되고 국가변란이 온다』(민정당측 유인물)『만약 노태우 후보가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되면 엄청난 사회적 폭동이 예견된다』(김영삼 민주당후보 5일 여의도유세)『여당이 집권하면 제2, 3의 광주사태를 확실히 예언한다』 (평민당측 찬조연사의 8일 TV유세) 3당 후보진영은 한결같이 자기당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엄청난 혼란」 이 온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후보연설·찬조연사들의 발언에선 자신들이 당선되지 않는 선거결과에는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 거의 공공연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민주·평민·공화 야당진영은 이번 선거가 관권동원·금품 살포등으로 유례 없는 부정·타락선거라는 주장을 초반부터 펴왔으며 최근 부재자투표가 시작되면서 부재자 투표부정등 부정사례폭로·고발을 경쟁적으로 벌이며 여당에 대한 중지요청·불복경고를 계속하고있다.
◇각계의견
▲김승훈신부 (서울홍제동성당)=이번 선거는 어느 누가 당선돼도 다소 시끄러울 수밖에 없고, 공정선거가 실시된다면 국민대다수의 지지를 받지못하는 대통령이 나온다 하더라도 선거결과에 승복하고 때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정선거가 없어야한다.
▲정광진변호사=선거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공명선거가 이뤄져야 하며 이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남은 유세기간중의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투·개표 과정이다.
투·개표 과정이 공정하게 치러진다면 무조건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각 후보가 각각 당선을 과신한 나머지 자신이 당선 안되면 부정 선거로 규정하려는 듯한 언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원일씨(작가)=자신이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선거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부정·타락선거와 지역감정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부정·타락선거는 모든 국민 각자가 「감시자」라는 인식 위에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반면 지역감정은 강제로 없애기 어렵다.
과도적 혼란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후보자주종세력들의 범 국민적 자제가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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