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보유 인정" vs "군사적 대응" 메시지 엇갈리는 美군부

중앙일보

입력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 [미 해군]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 [미 해군]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 등 미 군부 주요 인사들이 27일(현지시간) 북핵에 대해 저마다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 군부 내에서도 일치된 견해 없이 폭넓은 논의가 오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태평양함대 사령관 "북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도 논의 대상" #육군참모총장 "전쟁시 비싼 대가…북한 억제할 대책 마땅치 않아" #태평양 사령관 "북한은 세계에 위협, 군사적 선택지 준비하겠다"

스콧 스위프트 사령관은 이날 호주 수도 캔버라의 호주국립대(ANU)에서 열린 안보 포럼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마땅히 대화의 일부"라며 "그것은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른 국가들의 의사결정자와 정책입안자들 간 대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스위프트는 이어 '세계가 아마도 핵을 보유한 북한과 살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라고 말할 때는 핵보유국 북한과 관련한 대화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미군 고위 관계자의 이런 발언은 통상적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나오는 것보다 현저하게 온건한 것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세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전했다.

마크 밀리 미 육군 참모총장. [유튜브 캡처]

마크 밀리 미 육군 참모총장. [유튜브 캡처]

한편 마크 밀리 미국 육군참모총장은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위기감을 드러내면서도 군사적 선택지에 대해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밀리는 이날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의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되면 북한군을 철저히 파괴하겠지만 인명과 인프라 측면에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북한을 억제할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밀리는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의 핵무기가 로스앤젤레스 상공에서 폭발하면 끔찍할 것"이라며 "비군사적 해법으로 북핵 위기를 해결할 시간이 여전히 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 [유튜브]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 [유튜브]

반면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진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 사령관은 군사적 선택지를 강조했다. 해리스는 이날 워싱턴 주미 일본대사관 강연에서 "지난 4일 발사된 것처럼 북한은 당장 미국 대륙과 하와이에 도달하는 ICBM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어 "모든 국가가 북한의 지도자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외교적, 경제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북한이 평화적으로 비핵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앞으로도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군사적인 선택지를 준비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