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공장 4형제 '빵빵한 이웃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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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광식품의 김용철 전무(왼쪽)가 15일 회사를 찾은 할머니들에게 빵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화순=프리랜서 장정필

"남보다 덜 가진 이들에게 나눠 주면 모두 부족함이 없는 세상이 되는 거죠. 우리는 빵 공장을 하니 빵을 조금 나눠줄 뿐입니다."

16년째 갓 구운 빵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네 형제가 있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에 있는 미광식품의 김용주(60) 사장과 용재(58.부사장).용택(56.공장장).용철(53.전무)씨.

40여 종류의 빵을 만드는 이 회사는 화순과 광주에 있는 보육원.양로원 등 10곳에 매주 한 차례씩 1000여 개의 빵을 나눠 주고 있다.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거나 재고로 남은 것들을 가지고 인심을 쓰는 게 아니다. 셋째 용택씨는 "보육원 등에 보낼 물량을 그날그날 생산 계획에 포함시켜 빵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전달할 곳에 따라 빵의 종류도 배려한다. 어린아이나 노인들이 생활하는 곳에는 주로 카스텔라 등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빵을 보낸다. 또 단팥빵.호빵.찹쌀떡.샌드위치.식빵 등 회사에서 나오는 여러 제품을 수시로 바꿔 제공한다. 한 가지만을 계속 먹어 물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회사 차량이나 시설 근처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통해 빵을 갖다 준다. 빵 전달을 책임지고 있는 넷째 용철씨는 "전날 구운 빵이 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갈 곳 없는 노인 70여 명이 사는 광주시 동구 학동 천혜경로원 강은수(63) 원장은 "15년 넘게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빵을 선물해 준 한결같은 분들"이라며 "빵도 빵이지만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더 고맙다"고 전했다.

화순군 푸드뱅크도 월요일마다 이들로부터 120~130개씩 빵을 받아 혼자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 전해주고 있다.

광주시 동구 운림동 무등육아원 김종인(32)씨는 "토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빵을 보내줘 아이들 128명의 심심한 입을 달래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빵을 받아 온 복지시설 사람 가운데도 김 사장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초청하거나 방문한다고 해도 "그만한 일로 생색내고 싶지 않다"며 정중하게 사절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 형제가 사랑의 빵을 나누기 시작한 것은 1990년 초. 용철씨는 "80년대 후반부터 군부대와 학교 납품으로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된 것"이라며 "우리 빵을 드시는 분들이 마음으로 빌어줘서 그런지 회사가 꾸준히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회사가 어려워 빵 기부를 중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나 형제는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하자며 종업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78년 광주의 한 주택가에서 시작한 미광식품은 현재 호남지방과 충남.경남 일부의 수퍼마켓.매점 등에 빵을 공급하고 있다. 종업원 70명과 연간 매출 70억원 규모. 장병 2만5000여 명에게 주 2회씩 공급하는 햄버거용 식빵도 납품하고 있다. 중국에도 공장을 지어 중국동포 등 90여 명을 직원으로 두고 떡을 만들고 있다.

화순=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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