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정상회담의 의미와 전망|신데탕트 가능성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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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일부터 시작되는「레이건」-「고르바초프」 회담은 미소 신데탕트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초강경 반공-보수체질의 「레이건」 집권으로 양국은 지난 8년간 신냉전 관계를 유지해왔다.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서기장이 「레이건」 대통령의 우주방위 (스타워즈·SDI)계획 철회를 요구, 1년전 레이캬비크회담이 결렬된 후 그 관계는 한때 더 소원해졌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해악의 제국」 이라고까지 비난해 왔다. 「레이건」 집권전 70년대 만해도 양국은 데탕트무드였다. 우호적인 「닉슨」「브레즈네프」 회담,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협정 (ABM), 미아폴로-소소유즈 우주선 합동비행, 콜라-보트카 교환 협상등의 실적도 있었다. 그러나 데탕트는 「카터」 행정부 시절인 79년 1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으로 종식, 양국관계는 「레이건」 집권기간 중 악화돼 왔다.
이런 배경을 감안할 때 실질 성과를 수반하는 이번 회담의 실현은 기대이상의 것으로 풀이된다. 7일부터 10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중거리 핵무기제거조약 (INF)을 체결한다. 3백∼3천4백마일 사정거리의 중·단거리 핵무기를 양측이 모두 폐기하고 상대방의 조약준수 여부를 현장 검증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조약내용이다.
일정 범주내의 무기를 폐기하는 것도 그렇고 현장검증을 피차 허용하는 일은 양측 무기협상 사상 처음이다.
미국의 3백96기, 소련의 1천5백95기등 폐기대상 핵탄두는 비록 전 세계 핵무기의 4%에 불과하지만 실질적 무기경쟁의 부분적 정지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부여된다.
이 초강대국 지도자들이 좀더 극적인 효과를 거두려는 대목은 12만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병력 철수와 아울러 장거리 핵무기 감축문제다. 이에 관한 협상진전의 조건은 매우 긍정적이다. 소련은 만약 「레이건」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게릴라에 북한 지원을 중지한다면 철군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또 장거리 핵무기를 50%감축하자는 협상(START)과 관련해 미스타워즈 중지를 요구해온 소련은 더이상 이 요구를 꺼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워싱턴회담의 중거리 핵무기조약은 향후 협상진전의 발판이 되는 셈이다. 얘기가 잘되면 두 사람은 내년에 모스크바로 자리를 옮겨 장거리핵무기 조약까지 조인할 것도 생각하고 있다.「레이건」이 노리는 것은 역사책에 기록될 대통령이다. 내년으로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원마저 민주당 지배로 넘겨주어 대법원판사임명동의등 대의회 관계에서 패배를 겪어오고 이란-콘트라사건으로 체면을 잃은 그로서는 무기협쪽에 역사의 유산을 남기려는 속셈이다.
「고르바초프」도 아쉬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고 낙후된 국민생활에 활기를 넣어주려면 국방비절감과 국제관계 안정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설혹 회담성과가 INF하나에만 그친다해도 무기경쟁관계 개선의 첫출발이라는 점에서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소련문제전문가 「제리· 하우프」 미 듀크대 교수는 『역사의 시대 구분상 이번 회담은 「전후 (2차대전) 시대」 의 종결로 기록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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