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 이연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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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감독 김태균)을 본 관객 중에는 여주인공의 얼굴을 보고 "누구지?"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을 분이 적지 않을 듯하다. 남자 주인공 재경으로 나온 현빈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휴대전화 광고 등으로 친숙한 얼굴이지만 상대역 은환을 맡은 이연희(18.사진)는 생전 처음 영화를 찍은 신인이기 때문이다.

"첫 영화라 많이 떨렸지만 빈 오빠가 노련하게 잘 이끌어 줘 재미있게 찍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오빠는 건방지고 여자한테 못되게 굴지만 실제 성격은 정반대더라고요. 지방 촬영 때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너무 추웠는데 오빠가 제 것까지 점퍼를 준비했다며 건네줄 때는 정말 고마웠어요."

그는 지금까지 CF와 몇 편의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한 게 고작이었다. 혹시 드라마 '해신'을 주의 깊게 봤다면 장보고와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정화(수애)의 아역으로 나온 그녀를 알아볼지 모르겠다. 드라마 '금쪽 같은 내 새끼''부활' 등에서도 잠깐 얼굴을 비췄다.

"'해신'에는 수애 선배와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감독님의 판단으로 캐스팅된 것 같아요. 연기 자체가 처음인데다 그중에서도 어렵다고 하는 사극이어서 긴장을 많이 했지요. 나중에 가족과 TV를 보는 데 쑥스러워 혼났어요."

연예계에 들어온 계기는 2001년 제2회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 언니의 권유로 나갔다가 얼결에 얼짱 부문 1위에 올랐다. 즉시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하고 가수 문희준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이런 신인을 저예산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도 아닌 순제작비 30억원짜리 장편 상업영화에 주연으로 발탁하는 것은 사실 큰 모험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 '흡혈형사 나도열''왕의 남자''뮌헨' 등 쟁쟁한 영화에 이어 흥행 순위 4위에 올랐으니 성공적인 데뷔로 평가할 만하다. 그녀 특유의 눈웃음과 눈물연기는 '꽃미남'현빈을 상대로 선방(善防)했다는 평가다. "영화 속 이미지는 청순가련형이지만 실제 성격은 털털하고 활발한 편이에요. 감독님은 그런 제 성격을 작품 속에 잘 반영해 주셨어요. 부엌에서 요리하다 춤추는 발랄한 장면은 즉석에서 만들어진 것이죠."

김태균 감독은 "솔직히 이연희는 첫눈에 확 띄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첫 오디션에서는 그냥 스쳐 지나갔다. 나중에 다시 보니 볼수록 매력 있고 예쁜 스타일이더라"고 캐스팅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이제 곧 고3이 되는 이연희는 "드라마 '다모'의 하지원 선배 같은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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