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초 아동 폭력 사건의 미스터리 '사라진 6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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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에 사용된 플라스틱 야구방망이와 바나나우유 모양의 바디워시. [중앙포토]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에 사용된 플라스틱 야구방망이와 바나나우유 모양의 바디워시. [중앙포토]

숭의초등학교가 재벌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학교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무마하려 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이민종 서울시 교육청 감사관이 "학교 측이 치명적인 오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감사관은 '치명적인 오류'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결정적으로 학생들이 초기에 쓴 진술서가 있다. 9명의 학생이 2장씩 18장을 썼는데 저희가 확인한 것으로는 그중 6장이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사관에 따르면 목격자 학생 두 명과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한명, 총 3명의 진술서 6장이 사라졌다.

그는 "초기 조사, 목격자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진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어디에도 없었다. 학교 측에서도 진술서를 받았으나 원인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없어졌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희미해질 수도 있으며 어른들이 개입하면 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의 진술이 제일 중요하다고 이 감사관은 주장했다.

이 감사관은 또 "그나마 남아있던 12장도 자치위 전담기구 조사 과정에서 전달이 안 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것이 제일 의심이 가는 정황이다. 학교 측에서는 변명하지만, 저희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숭의초등학교 측은 이에 대해 "관리 소홀과 과실을 인정한다"면서도 "공식적인 조사 문건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숭의초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등 3명은 해임, 담임교사 정직 등 관련자 4명의 중징계 처분을 숭의학원에 요구했다. 또 재벌 회장 손자 부모에게 학폭위 회의록과 진술서를 촬영해 유출한 혐의 등으로 징계대상 교원 4명을 전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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