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본관, 이번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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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ECC 계단 [중앙포토]

이화여자대학교 ECC 계단 [중앙포토]

이화여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을 선언하고 본관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화여대에서 일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250여명은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왔다. 서경지부 소속 17개 분회 조합원들은 지난 1월 2017년 임금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집단교섭을 시작했다. 서경지부는 성명을 통해 "회사와 원청 쪽이 시급 100원 인상안을 고수하다가, 이제는 겨우 450원 인상을 입장으로 내놨다"며 "모든 대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음에도 사회적 대세를 거부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서경지부의 요구는 본래 시급 1만원이었지만, 카이스트가 제시한 7780원(미화직 기준, 830원 인상)에 합의했지만 다른 학교와 업체들이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이화여대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혜숙 총장 [사진 이화여대]

지난달 이화여대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혜숙 총장 [사진 이화여대]

이화여대에서 청소·주차 등을 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김혜숙 총장이 '촛불 총장'이라는 상징에 걸맞게 평등하고 정의로운 이화여대를 위해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화여대가 지난해부터 각종 불평등과 부정으로 홍역을 치렀고, 적폐청산을 약속한 김혜숙 총장이 당선되었지만 김 총장이 계속해서 면담을 거부하고 '하반기 내에 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있다"며 김 총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김 총장은 지난 5일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문제를 다 보고받고 있다. 조금만 더 인내하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하의 대우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2일 전면 파업을 선언하고 본관을 점거했다. 지난해에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86일간 본관 점거 농성을 벌였다.

서경지부는 오는 14일 오후 1시 30분 이화여대 ECC 계단에서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 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서경지부 소속 17개 분회에는 청소·경비·주차·시설 노동자 1600명이 속해 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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