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온실서 여고생 감전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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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개학을 앞두고 학교에서 청소하던 여고생이 온실 내 전기시설에 감전돼 숨졌다. 20일 오후 2시45분쯤 서울 서초구 S여고 본관 뒤편 온실에서 이 학교 2학년 許모(17)양이 뒤로 넘어지면서 배전관을 깔고 앉은 뒤 실신했다.

학생들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교직원이 인공호흡을 한 뒤 許양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응급처치 도중 숨졌다.

사고를 목격한 金모(17)양은 "친구가 배전관 옆 디딤돌을 치우려고 들어올리다 뒤로 넘어졌다"며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일으켜 세우려고 붙잡으니 짜릿짜릿해 손을 뗐다"고 말했다.

이 학교 원예반 반장인 許양은 개학(23일)과 다음달로 예정된 축제를 앞두고 이날 원예반 학생들과 함께 온실 주변을 청소하던 중이었다.

許양이 감전된 배전관에는 바로 옆 배전판에서 2백20V로 낮춰진 전기를 본관에 공급하는 전선 10여개가 들어 있으며, 전기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경고 표시판이 붙어있지 않았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학생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입구에 화분을 쌓아 놓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원예반 학생들은 "(배전판이)보일러인 줄 알고 화분을 치우고 들어가 작업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지난 11일 이 배전판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許양의 사인(死因)이 '감전으로 인한 쇼크사'라는 의사 소견에 따라 배전관 전류에 감전된 것으로 보고 학교와 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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