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헬무트 콜 독일 전 총리에게 감사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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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1982년부터 98년까지 독일 정치를 이끈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장례식이 지난 7월 1일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치러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관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메르켈 총리는 “콜 전 총리가 없었다면 나를 포함해 90년 전까지 베를린 장벽의 뒤편에서 살았던 수백만 명의 삶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인은 물론 많은 유럽인이 독일 통일, 냉전종식, 유럽 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그의 장례식을 관심 있게 지켜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리고 콜 전 총리의 2013년 ‘인생 인터뷰’를 찾아서 보았다.

30년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어린 아이의 눈으로 목격한 콜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독일 소년이건, 프랑스 소년이건, 다른 유럽국가의 소년이건 다시 전쟁터에 안 나가도 되게 만드는 것이 내 정치활동의 최종 목표였다.”

이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독일 총리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노력은 교육에서 시작돼야 한다. 공부가 단지 돈·성공·명예나 자기계발만을 위한 것이라면 이기적이다. 공부는 개인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와 사람 간에 존재하는 선입견과 차별의 일반화를 없애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입견은 무지의 결과다. 공부해야 이런 부정적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총리뿐만 아니라 국민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공부해야 나라가 성장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문제가 많다. 브렉시트, 테러와 난민사태, 경제위기, 그리스의 국가부채, 포퓰리즘과 인종차별 외에도 많다. EU는 실패한 계획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유럽대륙에서 70년 넘게 전쟁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란 사실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된다. 유럽의 모든 국민이 통합의 가치를 잊지 않고 지속적인 경제 교류, 정치적인 평화와 소통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콜 전 총리는 잘못한 것도 많다. 특히 98년 기부 스캔들이 큰 논란을 일으켜 결국 사임했다. 하지만 독일 통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롭고 평화로운 유럽의 탄생을 위해 노력했던 것에 대해 같은 독일인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존경한다.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