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랑스 뷰티계 대모, 고체향수 들고 한국 진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이자벨 마송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향수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메사]

이자벨 마송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향수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메사]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미국 뉴욕 맨해튼, 이탈리아 밀라노 몬테나폴레오네…. 세계적으로 유명한 쇼핑거리를 걷다 보면 어김없이 눈에 띄는 매장이 있다.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Sephora)’다.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한눈에 비교해보며 살 수 있는 장소다. 자국의 화장품 브랜드가 세포라 입점했다는 것만으로 해당 국가의 언론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세계 뷰티 시장에서 세포라의 입지는 막강하다.

편집숍 ‘세포라’ 창업자 이자벨 마송 #전 세계 브랜드 모은 매장으로 명성 #“한국인, 뷰티 관심 많고 혁신적 성향 #올리브영 매장 등 개성 넘쳐 인상적”

이 세포라를 만든 창업자 이자벨 마송이 한국에 왔다. 그가 만든 고체 향수 ‘사베 마송(Sabe Masson)’ 한국 론칭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사베 마송은 그의 이름을 딴 향수로 사베는 이자벨의 애칭이기도 하다. 마송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올리브영, 크리마레 같은 국내 화장품 편집숍이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엘본 더 스타일에서 만난 마송은 “한국에 이렇게 많은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들어 와 있는지 몰랐고, 각각 개성이 있는 매장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뷰티 업계의 ‘대모’로 불리는 마송이 뷰티 시장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향수 덕분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다닌 직장이 ‘숍 8’(Shop 8)이라는 작은 향수 회사였다. 그가 남편과 함께 세포라를 만든 1970년만 해도 뷰티 매장에 들어서면 ‘일대일 밀착 서비스’가 당연시 여겨지던 때였다. 마송은 “이런저런 상품을 꼼꼼히 보고 싶은데, 옆에 직원이 계속 따라다니니 불편했고, 이런 불편함 없이 제품을 자세히 둘러보며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은 화장품 가게였던 세포라는 세계 뷰티 시장에 큰 획을 그었다. 여러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한눈에 살펴보고 편하게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매장이었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세포라는 27년 동안 세계 각국으로 매장을 넓혔다. 그러고는 1997년 세계적인 명품 그룹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그룹에 매각됐다. 당시 연 매출이 3조원대였다.

마송은 화장품 편집숍의 중요 성공 조건으로 ‘간결함’을 꼽았다. 그는 “여러 브랜드가 섞여 있기 때문에 브랜드들을 어떻게 묶고 정리하는지가 성패를 가른다”며 “산만하지 않고 간결하게 각 브랜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인테리어와 진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포라를 LVMH에 매각한 후 마송은 원래 전공인 향수에 집중했다. 단순히 향기만 나는 향수가 아니라 스킨케어 기능을 더한 ‘퍼퓨밍 케어’에 집중했다. 2014년 개발한 샤베 마송은 지난해 프랑스 고급 백화점인 ‘르봉 마르세’에서 향수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 백화점에 입점한 후 9개월 간의 매출 만으로 이룬 성과다. 사베 마송은 액체가 아닌 고체다. 마송은 이 고체 향수를 “세계 최초의 ‘소프트 향수’”라고 소개했다. 무게 5g, 길이 8㎝의 립스틱 모양이다. 피부에 바르면 녹으면서 스며든다. 향수지만 향기 뿐 아니라 스킨케어 기능이 있다. 진정·재생 효과가 있는 쉐어버터, 보습 효과가 있는 티아라 오일, 재생·항산화 기능이 있는 망고버터와 타마누 오일이 기본 재료다. 여기에 향기가 나는 향료를 10% 첨가했다. 삼나무·자몽·바닐라·만다린·라즈베리·제비꽃·장미·레몬 등 천연향을 섞어서 만든 16가지 향이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여성도 사용할 수 있도록 알코올이나 파라벤은 섞지 않고 천연 재료로만 만들었다. 마송은 “프랑스인은 향수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데, 사베 마송은 작은 핸드백 속에 어떤 불편함도 없이 휴대하고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마송은 한국 뷰티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마송은 “한국인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뷰티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혁신적인 성향이 있다”며 “아시아에서 뷰티 시장이 발달했고, 아직까지 향수 시장이 크지 않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