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11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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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설아가 당신 딸의 몸종으로 있을 때 벌써 건드렸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딸이 시집가자마자 그 애에게 머리를 얹어줘요?"

"어, 어, 그건 말이지. 딸이 떠나가서 서운해서 말이지. 딸 대신으로."

서문경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로 더듬더듬 변명을 하였다.

금련이 다섯째 부인으로 들어오자 본부인을 비롯한 다른 부인들이 금련을 경계하며 좋아하지 않았다. 맹옥루가 들어오고 설아가 들어올 때만 해도 다른 부인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편이었다.

부인들이 긴급 모임을 가지고 금련 문제를 놓고 의논하였다. 본부인인 오월랑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다섯째 부인으로 들어온 금련이라는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의논하기 위함이오. 자유롭게 의견들을 말해보시오."

둘째 부인 이교아가 서열을 생각해서인지 먼저 말했다.

"금련이라는 여자에 대한 소문이 애초부터 좋지 않았어요. 우리 서문대인께서 혹시 무슨 약점이 잡혀 할 수 없이 부인으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어요."

"무슨 약점일까요?"

맹옥루도 두 눈을 크게 뜨고 끼어들었다.

"글쎄, 아주 좋지 않은 소문이 있어요.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어요."

이교아가 가볍게 진저리를 쳤다. 오월랑이 눈치를 채고 이교아를 슬쩍 제지하였다.

"그런 이야기는 아예 입밖에도 꺼내지 말아요. 어르신께 누를 끼칠 수도 있으니."

"아무튼 어르신이 금련과 너무 가까이 하지 않도록 우리가 막아야 해요."

"어떻게 막는단 말이오? 어르신이 구석진 화원 복판에 금련 집을 마련해 놓았는데 그곳에 은밀하게 드나들면 막을 도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그런 외진 곳에 집을 내어준 것 같던데."

"언니 이 방법은 어떨까요? 내가 둘째 부인으로 들어왔을 때 그랬잖아요?"

그러면서 이교아가 오월랑의 귀에 대고 뭐라뭐라 속삭였다.

"도대체 어떤 방법인데요?"

여자들이 호기심을 보이며 귀를 쫑긋거렸다. 오월랑이 헛기침을 한번 하고 나서 얼굴을 조금 붉히며 설명을 해주었다.

"사실은 예부터 내려오는 '치가격언(治家格言)'에 보면 서열이 낮은 첩들이 서열이 높은 부인들에게 신고식을 하는 규례가 나오거든. 새로 들어온 첩은 남자가 부인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모습을 일일이 침대 옆에 서서 지켜보아야 하거든. 첫째 부인과 할 때도 지켜보고 둘째 부인과 할 때도 지켜보고…"

"왜 그러는데요?"

"남자가 여자들을 공평하게 대하도록 하여 여자들끼리 시기나 질투를 하지 않고 화목하게 지내도록 그러는 거지. 그렇게 사오일이 지나 모든 부인들의 잠자리 탐방이 끝난 후에 이번에는 신첩이 모든 부인들이 보는 앞에서 남자와 잠자리를 하게 되는 거지. 부인들은 신첩이 혹시 별난 방중술을 쓰지 않나 감시하는 거지. 여자들도 너무 기교를 부려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과 균형을 맞추어 가며 방중술을 구사해야 한다 이거지. 신첩이 다른 부인들 잠자리 하는 거 보면서 명심해야 될 게 바로 이것이지. 그러니까 남자 쪽에서도 여자들을 공평하게 대해야 하고, 여자들 쪽에서도 남자를 대할 때 공평한 기술로 대해야 한다는 거지. 반칙을 써서 기발한 방중술을 구사한다든지 하면 벌금이나 체벌이 따르지."

"내가 들어올 때는 그런 거 없었는데 이번에 그걸 부활시키자 이건가요?"

맹옥루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른 부인들 의견을 눈빛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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