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관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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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주 발간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는 약속이나 한듯 똑같이 한국대통령선거를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타임은 표지사진과 함께 7페이지, 뉴스위크도 역시 표지사진과 함께 5페이지에 걸친 특집기사를 싣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이제 우리만의 행사가 아닌 세계의 큰 관심사임을 실감할 수 있다.
우선 두 잡지의 표지부터가 재미있다. 『위대한 선거』란 표제를 붙인 타임표지는 1노2김의 피킷을 한 마네킹 목에 꽂아 선거전이 3파전으로 압축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표제를 『시험받는 민주주의』라고 단 뉴스위크 표지는 두 장의 사진으로 돼있는데, 한장은 지지자들에게 양손을 번쩍 든 노후보의 사진이고, 또 한 장은 두 김씨가 화난 듯 한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있는 사진이다. 지난 10월 후보단일화에 실패하고 고대집회에 참석한 장면이다.
본문에서도 타임은 세 후보의 유세사진 등 8강의 원색사진에 세 후보의 출신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곁들여 유세장의 폭력사태, 후보들의 이력, 지역감정, 공약의 남발 등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밖에도 포스터의 낙서, 1만원에서 2만5천원에 이르는 청중 동원비, 청중수 경쟁, 두 TV의 편파보도, 군부와 학생의 비토 그룹 등을 소개하고 있다.
6강의 흑백사진을 넣어 편집한 뉴스위크의 기사도 대체로 타임과 엇비슷하지만, 후보들의 공약남발을 가리켜 『무엇을 하겠다는 공약보다는 차라리 무엇을 못하겠다는 공약이 더 낫겠다』는 한 기업인의 불평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두 잡지는 종반전에 접어든 선거에서 대세를 가름하는 것은 역시 전국 유권자수의 40%를 차지하는 서울지역의 표를 누가 끌어 모으느냐, 또 투개표 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게 이루어지느냐에 있다고 결론 맺고 있다.
그뿐 아니라 두 잡지는 「우아한 패배」 에 익숙해 있지 않은 한국에서는 선거후의 문제가 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누가 이기더라도 그야말로 「박빙의 승리」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에 선거 후 정국을 안정시키는 일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는 얘기다.
어쨌든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이제 세계인을 관객으로 하여 서서히 종막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이 민주주의의 드라머가 어떻게 유종의 미를 거둘지 세계의 관객들은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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