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레이디’와 ‘미스터 유럽’ 만남…승자는?

중앙일보

입력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브렉시트 협상은 예정대로 내주 시작한다.”(메이 총리)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잔류할 수 있는 문은 열려 있다.”(마크롱 대통령)

메이 영국 총리 “브렉시트 협상 내주 개시” 기선제압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영국에 (EU 잔류) 문 열려 있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를 못박은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의 EU 잔류 여지를 남겼다.
이날 정상회담은 EU에서 탈퇴하려는 메이 총리와 EU 강화를 천명한 마크롱 대통령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결론을 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브렉시트 레이디(Lady Brexit)’와 ‘미스터 유럽(Monsieur Europe)’의 만남으로 표현되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메이 총리가 선제적으로 브렉시트를 재확인하며 협상이 예정대로 19일 개시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마크롱 대통령도 “브렉시트 협상이 빨리 개시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당연히 EU에 남아있을 수 있는 문도 영국에 열려 있다”며 “브렉시트 협상이 끝날 때까지 그렇다”고 말해 영국의 EU 잔류 희망을 내비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브렉시트는 영국 국민의 주권 행사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존중한다. 내가 브렉시트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다”면서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영국이 EU 잔류를 원하면) 문은 다시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상이 일단 시작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막판엔 메이 총리를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일단 방패를 제대로 내세운 모양새다.

지난 9일 총선 개표에서 과반 상실이 예측되는 가운데 굳은 표정의 메이 총리. 

지난 9일총선 개표에서 과반 상실이 예측되는 가운데 굳은 표정의 메이 총리.

사실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을 거둔 마크롱 대통령과 영국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상실한 메이 총리의 처지가 대비되며, 두 정상간 첫 대면에서 아무래도 메이 총리가 위축될 거란 전망이 많았다.
메이 총리는 자신의 총선 패배에 대한 유럽의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듯 “민주연합당(DUP)과의 소수정부 구성 협상이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필요한 정부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렉시트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두 정상은 반테러 예방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BBC 등은 전했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테러를 전면 비난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고 테러를 근절하기로 다짐했다”며 “IT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극단주의를 더 잘 감시하도록 요구하고,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지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상회담 후 메이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스타드 드 프랑스’ 운동장에서 양국 친선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이 경기는 최근 맨체스터와 런던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린 것으로, 두 정상은 영국 국가를 관람객들과 함께 부른 뒤 1분 간 묵념했다.

정상회담 뒤 ‘스타드 드 프랑스’ 운동장에서 양국 친선 축구경기를 관람 중인 마크롱 대통령과 메이 총리. [AP=연합뉴스]

정상회담 뒤 ‘스타드 드 프랑스’ 운동장에서 양국 친선 축구경기를 관람 중인 마크롱 대통령과 메이 총리. [AP=연합뉴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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