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 안잡히는 「폭발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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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KAL기 추락사건은 과연 북괴나 조총련에 의해 저질러진 폭발테러인가.
사건발생 나흘이 지나도록 기체가 발견되지 않은채 탑승객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어 애를 태우는데다 사고비행기에 탔다가 내린 일본이름의 남녀 2명이 바레인 경찰에 체포된 직후 음독자살을 기도, KAL기 추락사건과 관련여부가 주목되고 있으나 추리만 무성할 뿐 확인된 물증은 한건도 없어 궁금증만 더해주고 있다.
이들 남녀는 위조여권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고 여권위조에 북한공작원으로 일본에 살던「미야모토·아키라」(궁본명)가 개입됐다는 사실은 밝혀졌으나 범인들의 실체나 북한 또는 조총련과의 구체적인 관계·범행의 동기나 목적등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있어 미스터리 투성이.
살아남은 「하치야·마유미」(봉곡진유미) 란 이름의 여자는 재일교포이며 밀수혐의로 우리나라에서 수배중인 인물이고 자살한 「하치야·신이치」(봉곡진일)란 이름을 가진 남자가 84년9월 한국을 다녀간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이들이 한국에 거점을 마련했는지도 주목되고 있다.
◇「하치야·신이치」=진짜 「하치야·신이치」란 일본인은 현재 일본에 살고있기 때문에 자살한 남자의 신원과 정체·배후를 밝히는게 가장 급선무.
또 「하치야·신이치」란 이름의 여권을 가진 남자가 84년9월21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 온 기록이 있어 당시 한국에 왔던 인물이 이번에 죽은 「하치야」인지, 여권위조에 개입한「미야모토」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인물인지도 밝혀져야한다.
◇「미야모토·아키라」=일본인 「하치야」로부터 도장과 서류를 넘겨받아 여권을 위조한 북한의 공작원이지만 자살한 남자는 「미야모토」가 아닌것이 드러나 그의 추적조사가 시급하다.
「미야모토」는 고명윤·이철우·이행우·이경우등 가명을 가지고 있으며 85년 북한간첩 공작사건인 「서신정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가택수색결과 난수표·암호용 약품등이 압수됐었다.
스스로 『한국에는 갈수없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84년 서울에 왔던 「하치야」는 「미야모토」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치야·마유미」=사건 관련자중 유일하게 신병확보상태이기 때문에 사건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일본공동통신은 본명이「아카베·마유미」라고 보도했으나 확인되지 않았으며 83년 밀수혐의로 우리나라 경찰에 의해 수배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생활·가족관계등이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자살한 「하치야」와의 관계, 북괴와의 접선여부등이 드러나지 않고있다.
◇실존 「하치야·신이치」=사건 후 TV회견에 나타난 일본인 「하치야」도 이사건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
「하치야」는 여권 발급자체를 「미야모토」에게 맡겼을 뿐 아니라 발급받은 자신의 여권과 도장을 「미야모토」에게 빌려준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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