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 노무현 정부 검찰개혁 밑그림 만든 개혁파

중앙일보

입력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경환(69)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2009년 7월 국가인권위원장 이임식 때 한 말이다. 2006년에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인권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인권위 조직 축소에 항의하다 사퇴했다. 법조계에선 그를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중앙포토]

안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법무●검찰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했다. 2003년 검찰 개혁 자문기구인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법학자였던 그가 현실정치에 나선 첫 경험이었다. 당시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었고, 법무부 장관은 강금실 변호사였다.

법무부 정책위원장으로 검찰개혁 방안 마련 #2012년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주도 #'수사권 조정' 주장해와…실무 경험은 부족

정책위는 당시 법무부 고위직과 검찰인사위원회를 민간에 개방했다. 검찰의 상명하복을 규정한 검찰청법 제7조(검사동일체원칙)를 개정해 상명하복 의무를 삭제하고 검사가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 검사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이후 안 후보자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1기 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정부가 안 후보자를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이유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안 교수를 임명한 건 청와대가 법무부●검찰 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쥐겠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2006년 10월 30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된 안경환 위원장(왼쪽)이 노무현대통령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6년 10월 30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된 안경환 위원장(왼쪽)이 노무현대통령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은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 캠프에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문재인 캠프에서 그는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끌어냈다.

법조계에선 안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검찰 ‘문민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평소 언론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검찰을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으로 규정해왔다. 지난해 8월 ‘절박한 검찰 개혁’이란 제목의 언론 기고문에서 안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도, 민정수석도 대대로 검찰의 몫이고, 소수 검찰에 국가 권력이 집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 교수는 인간적●정치적 관계에 의해 흔들릴 사람이 아니다. 지금 법무부 장관에는 행정가보다 방향을 잘 잡을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안 교수는 적임자다”고 평가했다.

2012년 11월 5일 민주당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가 안경환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11월 5일 민주당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가 안경환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안 후보자는 검●경 수사권 분리 찬성론자다. 그는 2005년 언론 기고문에서 “모든 권력은 남용될 소지가 있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업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수사권 일부를 경찰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부호자는 고위공직사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고위 공직자나 대통령 측근의 비리 수사권을 검찰 이외의 별도 기관에 준다면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을 것이며 더욱 더 정치적 영향을 받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내부의 조직 안정과 개혁을 적절히 조화시킬 균형감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 검찰 간부는 “판을 뒤집어서 새로 짜기보다 검찰이 스스로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주는 좀더 ‘세련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실무 경험이 없다는 점은 장관직 수행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판사 출신 중견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은 행정경험과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데 실무 경험이 없어서 걱정된다. 검찰 조직 통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