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파업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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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학병원이 노사분규로 진료기능이 마비된 상황은 깊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진료기능의 마비는 환자를 치료한다는 병원본래의 임무 수행의 불가능을 뜻하는 것이고 결국 인간의 생명구료라는 사명의 포기라는 점에서 그 영향이 심각한 것이다.
1일부터 시작된 서울대병원 농성에는 의무기록실과 수납창구, 약제실, 직원 거의 전원과 7백명의 간호원중 절반 가량이 가담하고 있다. 이들이 직접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의사들은 아니라고 하나 진료를 보조하고 병원기능을 움직이는데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될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서 의료인이라 할수 있다.
특히 간호원은 문자 그대로 환자의 병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의사에게 보고하여 치료에 대한 귀중한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간호원의 파업은 병원기능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서울대병원 노조측의 요구조건과 이에 대한 병원측의 대응에 대해 어느 쪽의 옳고그르다는 판단에 개입할 생각은 없다.
다만 병원 기능을 마비시키는 행위는 즉각 중단하고 정상화시킬 것을 촉구한다.
병원기능의 마비는 여느 생산공장의 가동중단과는 그 결과가 전혀 다르다. 의료종사자들의 파업은 환자의 고통을 가중 또는 연장시키고 인명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보다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부도덕성에서 비난과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노조측은 환자진료기능을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범위안에서 점진적인 요구사항 관철방법을 찾기바란다. 또한 병원 경영측도 병실페쇄라는 극한적인 대응에 앞서 보다 신중한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이번 서울대병원 파업사태는 국내 의료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대표해서 표출시킨 케이스이기도 하다. 최근 전국 병원들의 조직인 대한병원협회가 의료수가의 현실화를 요구하며 의료보험 요양취급기관 지정서 반납을 들고나선 사실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의료보험인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 의료보험수가는 83년이후 6%의 인상에 그치고 있어 전반적인 의료기관 재정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병원협회와 의학협회는 주장하고 있다. 전국병원수의 5%가 넘는 27개 의료기관이 이미 도산하거나 자진 폐업했다고 한다. 특히 이른바 6.29선언이후 공무원이 평균 13.6%, 일반기업체가 18.6%의 임금인상이 실시됐다. 의료종사자들의 임금도 20%이상 인상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수가는 계속 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재정악화는 진료내용의 부실 내지는 부정진료라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환자에게 그 피해는 돌아가게 돼있다. 서울대병원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의료 행정도 전반적인 재검토가 있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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