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캡슐등 북괴수법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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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KAL858편에 탑승했다가 아부다비에서 내려 바레인에서 체포된 두 남녀는 과연 KAL기를 공중폭파 시킨 테러리스트인가.
위조여권 소지, 체포후자살기도, 중립국인 오스트리아와 공산권인 유고 경유등은 북괴의 사주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짙게하지만 직접 증거가 나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자살을 기도했다가 회생한 여자의 자백만이 열쇠.
현재까지 나타난 경황을 중심으로 범행가능성을 점쳐본다.
◇용의점=위조여권을 소지했다는 점과 공중폭파된것으로 보이는 KAL기를 이용했다는 점은 범행용의점을 두는 가장 큰 이유.
27세로 되어있는 「하치야·마유미」의 여권은 이제까지 일본 적군파등 과격파들이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인쇄등이 조잡해 조금만 주의해 보면 가짜라는 것이 들통나고 여권번호도 남자에게만 부여되는 번호여서 이들의 치밀한 행적에 비추어 볼 때 일본의 여권체계를 갈 모르는 유럽등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위조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의 행적이 나타난 최초 출발지인 오스트리아의 빈은 최은희-신상옥사건과 재미유학생 이영욱의원 아들 납치사건이 일어났던 북괴의 공작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범행의 치밀성과는 달리 신분을 감추기 위한 위장책으로 위조여권을 사용했다는 추리가 가능하다.
이들이 KAL기를 경유항공기로 이용했다는 점도 항공테러리스트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항공기납치·폭파등의 범행을 노리는 테러리스트는 대상항공기를 출발지에서 탈 경우 폭발물등 흉기반입등이 적발될 가능성에 대비, 제3의 지점에서 흉기를 소지하는 않은 일반승객으로 탑승, 대상항공기의 출발지공항에서는 공항안에서 머무르면서 공항출입이 가능한 인물로부터 흉기를 건네받아 범행하는 수법을 흔히 사용한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는 중동지역이 테러다발지역으로 공항검색이 까다롭지만 북괴의 범행이라고 가정할때 KAL국제선중 외국인승객의 이용이 가장 적다는 사실은 국제여론의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이들이 베오그라드를 출발한뒤 바레인에 도착할때까지의 여행일정을 보면 7순에 가까운 나이로 아부다비공항에서 12시간이나 기다렸다가 바레인행 항공기를 탄것으로 나타나 무언가 위험지역을 급히 떠나야할 필요성이 있었던것으로 보여진다.
이들이 바레인에 72시간체류가 가능한 통과비자로 입국한 사실도 최종 목격지인 로마에서의 잠적전에 범행 성공여부의 확인을 위한 예비조치였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특히 바레인공항에서 체포된 직후 위조여권소지부분에 대해 조사를 받던중 캡슐형 극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 점은 위조여권소지 필요성과 관련된 범행이 드러날 것을 죽음으로까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을 드러낸 것으로 인간성을 무시하는 잔인한 북괴의 수법을 연상시킨다.
◇의문점=그러나 이들의 행적과 범행이라고 가정했을 때 의문은 남는다.
첫번째는 범행동기 부분이다.
한국정세와 관련해 추정해볼 수있는 범행동기는 올림픽방해와 선거를 앞둔 사회혼란등으로 볼수있다.
그러나 88서울올림픽은 앞으로 2백90여일이나 남았다. 아사안게임을 1주일 앞두고 김포공항폭발사건이 발생했던 점에 비추어 석연치않다. 또 선거를 앞둔 사회혼란 야기 가능성을 생각해볼수 있으나 효과는 의문이어서 동기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인상이 짙다.
이와 함께 이들의 KAL858편 기내에서의 행동과 사고추정상황을 연결해볼때도 의문이 남는다.
랭군상공에서 공중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KAL기가 랭군공항통제소와 교신후 구조신호도 없이 실종된 상황은 조종실부근이 최초로 폭발, 구조신호를 보낼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승무원들이 확인한 이들의 기내행동에서는 기내앞쪽으로 간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기내에 들고들어온 물건은 여자가 메고있던 중형크기의 숄더백이 전부로 남자만 기내뒤편의 화장실을 다녀온 점도 공중폭발과 이들의 범행을 관련짓기 위해 보다 상세한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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