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위해 국가가 우선 챙길 것? 교육·환경·안전·건강 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 국민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있어 '소득'에 대한 불만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우리 국민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있어 '소득'에 대한 불만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우리 국민은 '삶의 질'에서 대체로 건강을 중시하고 소득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웰빙을 위해 국가가 챙겨주길 바라는 것은 교육·환경·안전이었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는 1일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일반 국민의 주관적 웰빙(삶의 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의대, 성인 1200명 '주관적 삶의 질' 조사 #웰빙에서 제일 중시하는 건 건강·가족·안전·소득 순 #실제 만족도는 '가족' 제일 높고 '소득' 가장 낮아 #소득 중시하지만 체감 경제 수준은 '불만족' 상태

윤 교수는 지난 3월 전국 20대 이상 성인 1200명을 면접 조사한 뒤 이들의 삶의 질을 14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 올해 통계청에서 기존 통계지표 80개를 재분석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2006~2015년)를 내놓은 적은 있지만, 실제 국민 조사를 바탕으로 주관적인 삶의 질을 살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요양병원의 병실 모습. 우리 국민은 삶의 질을 위해 '건강'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봤다. [중앙포토]

한 요양병원의 병실 모습. 우리 국민은 삶의 질을 위해 '건강'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봤다. [중앙포토]

우리 국민이 평소 삶의 질을 위해 중요하다고 보는 건 뭘까. 0~10점으로 중요도를 매겨보라 했더니 건강(평균 9.2점)이 최우선으로 꼽혔다. 그 뒤로는 가족·가정(8.9점), 안전(8.6점), 소득(8.5점)순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건강-삶의 만족도-교육-안전 순으로 나온 것과 비교하면 우리 국민이 가족과 경제적 소득을 더 중시한다는 의미다.

자료 :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자료 :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중요도와 별개로 현재 느끼는 만족도를 물었다. 그랬더니 국민이 생각하는 중요도에 만족도가 못 미쳤다. 그나마 가족·가정(7.9점), 건강(7.7점), 인간관계(7.4점) 등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높은 편이었다. 소득(6.8점)과 여가·문화활동(6.8점), 직장(6.8점), 일과 생활의 균형(6.9점)은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았다. 팍팍한 경제적 여건과 바쁜 생활이 웰빙을 저해한다는 의미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건강·인간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졌다. 또한 소득이 낮을수록 모든 항목에 걸쳐 삶의 질이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자료 :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자료 :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이번에 조사한 14개 항목 모두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에 비해 실제 삶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미치지 못했다. 둘 사이의 격차는 소득(1.77점)에서 가장 컸다. 윤 교수는 "우리 국민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소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소득 수준은 불만족스럽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에선 건강(2.4점)에서 중요도·만족도 간의 차이가 가장 컸다. 윤 교수는 "저소득층이 겪는 건강 불평등 문제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삶의 질 항목. 자료 :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국가가 국민을 위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삶의 질 항목. 자료 :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한편 국민의 '웰빙'을 위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1순위로는 교육(20.9%)이 꼽혔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30~40대에서 교육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은 환경(16.6%)과 안전(16.3%), 건강(10.7%) 순이었다. 세월호 사고 등 각종 재난, 미세먼지 같은 환경보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저소득층(월 소득 200만원 미만)은 상대적으로 건강(17%)에 대한 요구가 많았고, 고소득층(월 소득 400만원 이상)은 안전(17.1%)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 여가·문화활동, 일과 생활의 균형, 인간관계 등은 개인 차원의 문제라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국민 삶의 질 나아질까...

윤 교수는 "주관적 삶의 질이 높을수록 암·당뇨 등 만성질환에 따른 사망률이 낮고 업무 생산성·시민의식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다. 삶의 질 평가를 국가 정책에 적극 포함시키고 지역별 특성을 파악하는 세부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