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메이 … 총선 여론조사 “보수당 과반 상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오는 8일 치러지는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20석을 잃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수당의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어 당내에선 노동당에 역전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보다 20석 줄어 310석 될 것” #브렉시트 동력 얻으려던 계획 차질 #‘치매세’ 공약 논란에 지지율 추락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 의석이 현 330석에서 과반(326석)에 못 미치는 310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제1야당 노동당이 29석을 추가로 확보해 25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의 과반 상실을 예측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4월 조기 총선을 선언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보수당이 노동당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보수당의 우위가 6%포인트까지 좁혀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급속도로 추락하는 지지율에 보수당 내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조기 총선은 메이가 그린 그림이다. 총선에서 압승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고 오는 19일 개시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과반 달성에 실패하면 메이 총리의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영국 정가에선 보수당의 지지율 하락에 결정타를 가한 요인을 ‘치매세’(dementia tax) 논란으로 꼽고 있다. 메이는 지난달 18일 발표한 총선 공약집을 통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던 요양비용 수급 기준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대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메이로선 뜨거운 감자를 건드린 셈이다. 고령층에 대한 복지 지출은 재정 부담을 높이는 주요인이지만, 동시에 고령층은 보수당의 주요지지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노동당은 이 공약이 치매에 취약한 고령 인구의 비용 부담을 늘렸다며 사실상 치매세나 다름없다고 보수당을 공격했다. 치매세 논란이 가열되면서 고령층이 보수당에 등을 돌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메이 총리는 지난달 22일 “고령 인구가 돈을 더 내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공약을 철회했다.

하지만 수습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메이 총리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당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약을 관철시킨 이는 메이 총리의 측근인 닉 티모시 총리실 공동비서실장이기 때문이다. 보수당의 프랜시스 모드 전 무역투자부 장관은 BBC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앞선 상태로 유세를 시작했다면 무난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지 누가 화를 낼 만한 말을 해선 안 된다”며 메이 총리를 질책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