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거리두는 메르켈 "우리 유럽 운명 우리 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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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중앙포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중앙포토]

 지난 2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에 실망감을 드러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과의 협력을 줄이고 유럽 독자노선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고 독일 일간 FAZ가 보도했다.

G7 정상회의서 귀국한 뒤 연설 #"남에게 의지할 수 있는 시대 지났다" #"유럽인은 유럽 운명 위해 스스로 싸워야"

28일 메르켈 총리는 뮌헨에서 열린 한 정당행사에서 "지난 며칠 간의 경험으로 볼 때 남에게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 같다"며 "우리 유럽의 운명은 우리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물론 미국·영국과의 우호관계는 지속되겠지만 우리의 운명을 위해선 우리 스스로가 싸워나가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유럽연합(EU) 국가 정상이 미국과 이처럼 명확하게 선을 긋는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메르켈은 유럽이 미국을 더이상 믿을 수 없으며 유럽은 지난 70년보다 더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며 "메르켈은 보다 강하고 자립적이며 미국과 독립된 EU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미국 대사를 지냈던 아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이사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미국이 주도하면 유럽이 따랐던 지난 세기가 이제 끝났다"며 "오늘날 미국은 주요 이슈에서 유럽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메르켈의 발언은 이 새로운 현실을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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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폐막한 G7 정상회담에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캐나다 등 6개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기후변화, 자유무역 등의 사안에서 이견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27일 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후변화에 대한 모든 논의는 무척 어려웠고, 불만족스러웠다. EU까지 포함해 7개국이 한 나라를 상대로 싸우는 형국이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미국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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