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헤즈볼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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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호 31면

외국인의 눈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계열 민병조직이고 합법 정당이기도 한 특이한 단체다. 같은 시아파 이란 정부가 직접 지원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설립했다. 헤즈볼라는 그동안 이란의 계획과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들은 이스라엘 점령지를 해방시키기 위해 끝까지 맞서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랍에서 인기를 많이 얻었다. 그러나 아랍에 봄바람이 불면서 헤즈볼라는 민주주의의 반대편에 섰다.

지난 5년간 헤즈볼라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시아파 정권을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해 왔다. 이란은 알아사드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리아 전쟁에 헤즈볼라를 밀어 넣었다. 헤즈볼라가 입은 피해는 막대했다. 사망자만 3000명에 이른다. 그들은 2015년 여름이 끝나 갈 무렵 여러 전선에서 패배해 붕괴 직전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고 러시아는 전례 없는 강도로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가 시리아 내 균형을 변화시키는 것을 가만 내버려 두었다.

2015~2017년 사이에 러시아의 개입으로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었고 반군은 결국 거점 도시였던 알레포를 잃게 됐다. 반군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하려던 목표는 물거품이 됐다. 국제사회에서 알아사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들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또다시 급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 정책은 매우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연설을 통해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했다. 그는 또 헤즈볼라를 이란의 대리 단체라고 표현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와는 동맹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의 이란 포용 정책과는 판이하게 다른 입장이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들어 시리아 내에서 미국의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헤즈볼라와 이란 민병대를 시리아에서 축출하기 위한 미국의 압박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가급적 새 미 행정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한다. 이래저래 헤즈볼라와 그 배후 세력인 이란의 시리아 내 파워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6년을 넘긴 시리아 내전 사태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압둘와합 모하메드 아가
동국대 법학대학원 박사과정·헬프시리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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