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첫 외부활동, 남몰래 군 의문사 치유극 관람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남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환영나온 마을주민의 아이를 안아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남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환영나온 마을주민의 아이를 안아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입대 후 사망한 장병들의 유가족 치유연극인 '이등병의 엄마'를 관람했다.

27일 청와대 측은 김 여사가 26일 최측근인 유송화 2부속비서관 등 수행원들만 대동하고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관람했다고 밝혔다.

작품을 쓰고 총괄 제작한 인권운동가 고상만씨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정숙 여사님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찾아와 위로해 주셨다"고 밝혔다.

고씨는 "청와대에서 4명분의 티켓 비용을 내고 '누군가' 연극을 관람하러 오셨는데 그중 3번째 앉은 분이 유독 많이 눈물을 흘리셨다"며 "나중에서야 그분이 영부인임을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군 유족이 받은 '최초의 국가적 위로'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했다.

영화 '재심'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는 "'이등병의 엄마' 연극이 군 의문사 해결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게끔 하는 의미로 발전하기를 소원한다"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억압하고 탄압하는 것이 얼마나 못된 짓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정숙 여사가 어젯밤 대통령께 한 말씀 하셨겠죠?"라고 군 의문사 문제에 대한 국가가 나서줄 것을 기대했다.

앞서 고씨는 지난 18일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이 연극을 꼭 보셨으면 하는 분이 두 분 계시다"며 "고통받고 힘겹게 살아가는 (유가족) 엄마들의 손을 잡아주시기를 원하는 심정으로 문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를 초청하고 싶고, 이 나라의 국방정책을 책임지는 국방부 위원들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연극 관람은 고씨의 이같은 요청에 화답한 것으로 대선 뒤 김 여사의 첫 외부활동이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는 A일병이 상습 구타와 가혹행위를 지휘관에 보고하지만 무시당하고, 결국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사망에 이르게 되지만 국군이 자살로 은폐하려 하는 내용이다. 극 막판에는 실제 군 의문사 유가족들이 무대에 올라 직접 연기한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의 심리치료까지 진행하는 치유극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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