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스크린 쿼터 후속 대책 헛발질 그리고 발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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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7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기자회견이었다. 장관은 스크린 쿼터 축소 후속대책을 설명하면서 "제작.배급사와 극장의 수익분배율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가 입장료 수익배분 조정까지 관여할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장관은 "제작.배급사와 영화관의 입장료 수익배분 비율이 외화는 6대 4, 한국영화는 5대 5다. 한국영화 역시 제작.배급사에 6이 돌아가게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장관의 발언이 나온지 불과 며칠 만에 서울시극장협회는 "한국영화는 그대로 두고 외화의 수익배분 비율을 5대 5로 맞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극장협회는 1일자로 각 영화 배급사에 이런 요구를 담은 공문을 보냈다. 극장협회 관계자는 "현재 지방에서는 한국영화, 외화를 따지지 않고 5대 5로 수입을 나누고 있다"며 "굳이 서울만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배를 어떻게 하느냐는 업계가 정할 문제다. 정부가 나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외화와 한국영화에 적용하는 비율이 다른 것은 불공정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정부입장"이라며 "불공정하지 않다면 5대 5든, 6대 4든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장관의 발언도 그런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장관이 한 말과는 다른 느낌이다. 장관은 분명 스크린 쿼터 축소로 피해를 입게 될 영화제작.배급사를 돕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수익분배율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불공정 시비와는 다른 차원이다.

문화부가 재정경제부의 스크린 쿼터 축소 발표에 맞춰 후속 대책을 마련하느라 너무 서두른 듯하다. 수익분배율 조정은 영화제작.배급사의 숙원사업이다. 그러나 이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정부가 끼어들겠다는 발상부터 어울리지 않는다. 스크린 쿼터 축소에 따른 한국 영화의 피해를 막겠다는 정부의 후속대책이 부실해질까 우려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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