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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와 맞이한 문 대통령…“우리 원내대표님들 잘 부탁드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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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1시 56분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녹지원을 가로질러 상춘재 앞에 도착했다.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문 대통령은 상춘재 앞뜰의 감나무 아래 테이블에서 5분여를 기다린 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도착하자 일어서서 웃으며 맞이했다. 뒤이어 도착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보자 “아이고, 이리 나와 계시면…”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대통령이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역대 청와대 행사와 가장 다른 풍경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오찬회동을 갖기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오찬회동을 갖기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행사에서 대통령은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고, 사회자가 “대통령님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은 모두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하곤 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장인 상춘재에서 상석이 없는 원탁에 둘러앉은 뒤 “현안이 있든 없든 정례적으로 만나면, 그런 모습 자체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원내대표님들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말을 했다.

원탁 테이블에는 임종석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등도 함께 앉았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오찬 사회를 봤다.

이날 원내대표들은 이름표를 패용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청와대에서 열리는 각종 정부회의에 모든 참석자들이 이름을 다는 관행에 대해 재검토해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틈틈이 뼈있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지 않은 걸 거론하며 “제가 19대 국회 정무위에 있었는데 당시 (합창이냐, 제창이냐 문제가) 굉장히 논란이 됐다.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서 (제창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협치 차원에서 (논의를 ) 해달라 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딱딱한 분위기로 흐르려고 할 때면 전병헌 수석이 나서 “대통령의 레이저를 걱정하는데, 우리 대통령은 레이저는 장착이 안 돼 있고 문라이트(Moonlight), 은은하고 따뜻한 달빛 만이 장착돼 있다”거나 "앞으로 정무수석을 이용이 아니고 애용해달라"는 식으로 농을 던져 분위기를 이끌었다.

오찬 메뉴는 한식 정찬이었고, 주요리는 ‘통합과 화합’의 의미로 청와대가 준비한 비빔밥이었다. 참석자들은 당초 예정된 1시간 30분을 넘겨 144분간 대화를 이어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생각보다 소탈하고 격의 없이 대화에 임해 서로 언로가 트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취임후 9일 만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6일 만에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추진했지만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꼬이면서 불발됐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야당 지도부를 만났던 건 취임 46일 만이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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