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소송비로 교비 12억 쓴 박철 전 외대 총장 벌금형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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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직원노조와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변호사 선임비 등 소송비용 12억원을 교비에서 지출한 박철(66)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박 전 총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박철(65) 전 한국외대 총장.

박철(65) 전 한국외대 총장.

박 전 총장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학교 측이 단체교섭을 거부한 데 맞서 대학노조가 파업을 벌이자 노조 간부 9명을 징계 해고했다. 이후 해고 무효 확인소송과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법적 다툼이 벌어지자 박 전 총장은 변호사 법률자문비와 노무사 비용 등 11억7000만원을 교비회계로 처리했다.

노조 간부 4명은 2009년 2월 대법원 판결로 복직됐다. 대학 노조는 2014년 2월 박 전 총장이 교비를 소송 비용 등에 사용해 업무상횡령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총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사립학교법상 교비 지출 용도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직접 필요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며 “노조와의 소송 비용은 교비의 사용 범위를 넘어섰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박 전 총장은 “노조 불법파업 관련 소송비용도 학교 교육에 필요한 경비에 해당한다”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의 법리를 들어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사립학교법 취지상 교비회계의 사용처는 엄격히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박 전 총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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