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창업] '희망'을 대출해 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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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평소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던 둘은 2004년 봄 사회복지사로부터 뜻밖의 창업 제안을 받았다. 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창업서류를 꾸몄고 수 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었다. 창업 컨설턴트의 지도 아래 세무회계.인터넷 등 실무도 익혔다. 지원 받은 창업자금(6000만원)으로 점포를 마련하는 데 5000만원을 투자했다.

처음에는 밥집을 차렸고 1년 전부터 해물찜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20평 남짓한 작은 점포지만 요즘 2500만원 규모의 월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둘은 각각 한 달에 250만원가량을 번다.

설과 추석만 쉬고 공휴일에도 두 사람이 교대로 쉬면서 가게 문을 꼭 연다. 이처럼 사회복지관이나 공익 단체를 두드리면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어떤 사회단체가 도와주나=아름다운재단.사회연대은행.신나는 조합 등은 소외계층 자활 프로그램의 하나로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저소득 모자가정을, 사회연대은행은 사회 빈곤층과 노숙자.신용불량자 등을, 신나는 조합은 농.어촌 및 도시빈민을 주로 돕는다. 이들 기관은 제도 금융권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신용이나 담보 없이 대출을 한다. 대출금 상환 조건도 일반 금융권보다 유리하다.

각 단체는 분야별 전문가들로 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 있거나 자체적으로 취약 계층의 자활을 돕는 전문가들을 두고 있어 컨설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재원이 한정돼 있어 자금 지원을 받으려는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이다. 아름다운재단 정경훈 팀장은 "1인당 3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어 1년에 지원을 받을수 있는 사람은 많아야 10명미만"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돕는 자만이 성공한다=공익단체들의 지원을 받는다고 꼭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데다 대부분의 취약 계층은 일반 창업자보다 여건이 좋지 않다. 그런 만큼 남 보다 더 노력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가족 해체 등으로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경제적 자립보다 심리적인 재활 치료가 시급한 경우가 많다"며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가져야만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절로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본인의 처지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유망 업종만 따라하는 것은 위험하다. 가급적 소자본에 적합한 아이템을 고르는 게 좋다.

또 시장에서 사업성이 검증된 안전한 업종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공익단체들의 지원 자금은 무상 지원이 아닌 만큼 투자비를 절약해야 한다. 인테리어 등에 너무 많이 지출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창업 실무 교육도 철저하게 받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사업계획서도 자금 지원 등을 받기 위한 추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짜야 자금 지원 심사에도 유리하고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이때 사회단체에서 연결해 주는 각 분야의 전문 봉사원들을 적극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공동창업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단체가 많기 때문에 동업자와의 관계도 좋아야한다. 동업자를 이해하고 조금 더 희생하려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동업이 오래갈 수 있다.

이 소장은 또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은 매우 냉혹하다. 한두 번은 어려운 처지를 이해할지도 모르지만 점포의 경쟁력이 없으면 손님을 모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영업 시간 엄수.철저한 품질관리, 약속 시간 준수, 신속한 서비스 등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프로의식을 갖춘 사람만이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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