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축구 "정신 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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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세계 무대에 나섰던 17세 이하 청소년축구 대표팀이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7일 밤(한국 시간) 핀란드 라티에서 벌어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D조 예선 2차전에서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스페인에 2-3으로 역전패했다.

1차전에서 미국에 1-6으로 대패했던 한국은 2패를 기록, 남은 시에라리온과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미국은 종료 직전 '14세 축구 신동'프레디 아두의 결승골로 시에라리온을 2-1로 꺾고 2연승으로 가장 먼저 8강에 올랐다. 1승1무의 스페인도 미국과 최종전을 남기고 있어 예선 통과가 유력하다.

한국은 1차전과 똑같이 '행운의 자책골 득점 이후 대량 실점'이라는 루트를 밟았다. 전반 종료 직전 안상현(안양)의 스루패스를 받은 양동현(바야돌리드)의 왼발 슛으로 선취 득점한 한국은 후반 14분 상대 수비의 자책골로 2-0으로 앞서나가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너무 일찍 '잠그기'에 나선 게 화근이었다. 중원을 내준 채 후퇴한 한국 선수들 덕분에 스페인은 손쉽게 문전까지 진출했다. 수비진은 체력 저하로 강한 프레싱을 하지 못했고, 포백 수비라인 앞에서 상대 공격을 끊어줘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 이상협(동북고)도 부진했다.

한국은 후반 교체 투입된 실바(발렌시아)에게 후반 20분부터 31분까지 불과 11분 동안 세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20분 오른쪽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실바가 헤딩슛, 추격골을 뽑아냈고 28분에는 오른쪽에서 시시가 크로스, 다비드가 헤딩으로 떨어뜨려주자 실바가 왼발 터닝슛, 동점을 만들었다. 실바는 31분 스루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세차례 모두 실바에게 노마크 상태에서 슈팅을 허용했다.

16년 만에 세계 대회 진출을 확정한 뒤 3개 국제대회 연속 우승 등 승승장구하던 '윤덕여 호'는 정작 본선 무대에서 무기력하게 주저앉았다. 포백 지역방어에 지나치게 집착해 적절한 맨투맨 마크과 미드필더의 협력 수비 등에 허점을 드러낸 결과였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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