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에 처가 식구 공짜 성형수술…경찰관 실형 확정

중앙일보

입력

자신이 수사하던 병원 의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도 모자라 처가 식구들의 공짜 성형수술까지 받은 경찰관이 실형과 함께 5600여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경기 북부지역의 한 경찰서 수사과에서 근무하던 이모(46)씨는 지난 2011년 3월 ‘사무장 병원’으로 의심되는 A병원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이 병원에서 월급쟁이 의사로 일하던 정모씨를 조사했다. 정씨는 이 사실을 지역의 의사단체 관계자에게 알렸고, 단체 관계자는 정씨 대신 현금 500만원을 이씨에게 전달하고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 이씨는 이후 A병원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

수사 대상 의사에게 뇌물 받은 경찰관

수사 대상 의사에게 뇌물 받은 경찰관

이씨는 이듬해에 다른 병원을 개설한 정씨에게 자신의 아내와 장모의 성형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수사 대상이 될 게 두려웠던 정씨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성형수술을 공짜로 해줬다. 수술비용은 500만원에 달했다.

이씨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처할머니를 정씨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에 입원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약 3년간의 입원 치료비 1500여만 원도 물론 내지 않았다. 2015년 6월경 정씨의 병원 간호사가 프로포폴에 중독돼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무마해주겠다며 2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런 와중에 이씨는 간부로 승진도 했다. 팀장이 된 뒤에도 이씨는 수시로 정씨에게 회식비를 뜯어냈다. 이씨의 파렴치한 행각은 정씨가 간호사 프로포폴 중독 사망 사건의 관리 책임으로 구속되자 검찰에 억울함을 실토하면서 발각됐다.

1심을 맡은 의정부지방법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 2개월과 벌금 5636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뇌물을 받지 않았다며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도 14일 “증거들에 비춰볼 때 원심의 유죄 판단은 정당하다”며 이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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