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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결선투표에의 고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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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고정애라이팅에디터

고정애라이팅에디터

장 샤를 보르다, 콩도르세 후작과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

누구인가 싶을 텐데 18세기 프랑스 수학자들, 특히 선거이론으로 이름난 이들이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핵심 작동원리다. 민의를 대변하기엔 그러나 흠이 많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라면 문제없다. 셋 이상이면 문제가 많다. “사회가 다수결을 수용한 건 단지 편의성”이라고들 본다. 이들이 대안을 제시했는데 다음과 같다.

보르다는 후보별 선호도를 매기도록 했다. 대충 호주·아일랜드 방식이다. 5명이 출마했다면 이들을 두고 1~5위를 정해야 한다. 이를 합산, 선호도가 가장 높은 이를 승자로 결정한다. 선호가 크게 엇갈리는 후보보다 두루 무난한 이에게 유리하다는 한계가 있다.

콩도르세는 후보들이 모두 양자대결을 벌여 이 중 가장 우세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가 5명이면 10종, 15명이라면 105종의 대결이 있단 의미다. 번잡할 수 있다. 이러고도 갑>을, 을>병, 병>갑이어서 누가 낫다고 못 하는 곤경(콩도르세 역설)에 빠질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라플라스가 등장한다. 한 표라도 과반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과반 당선자가 없으면 나올 때까지 선거를 되풀이하라고 했다. 그에게 추종자가 있었으니 나폴레옹이다. 프랑스 과학아카데미가 1804년 신입회원 선출규정을 보르다법에서 라플라스법으로 바꾼 이유였다.

눈치챘겠다. 프랑스 대선은 라플라스법의 변형이다. 1차 선거의 1·2위가 결선투표를 한다. 이땐 양자대결이니 승자는 무조건 과반이다. 보르다·콩도르세·라플라스법의 승자다. 이 제도의 진정한 장점이 있는데 ‘심의 민주주의’라 불리는 정치문화다. 당선권 후보라면 확장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던 유권자의 마음도 사야 하기 때문이다. 1차에서 탈락한 후보가 “누구를 지지하라(말라)”고 할 수도 있다. 유력 주자라면 배제의 언어야말로 배제해야 한다.

선거 민주주주의에선 ‘얻은 표=권한(mandate)’이다. 큰 표를 얻을수록, 표차가 클수록 권한도 커진다고 여겨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최다인 557만 표차로 당선됐다. 그만큼 더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투표자의 58.9%가 그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여전하다.

어떤 식으로든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게다. 정치구도상 대통령 직선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뽑는 방식을 고민할 때가 됐다. 18세기 프랑스가 이미 한 일이다.

고정애 라이팅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