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본군 노인과 위안부 할머니의 만남

중앙일보

입력

선거 기간 동안 위안부 합의 재협상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며 위안부 합의 무효화를 주장해온 피해자 할머니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1월 서울 종로구 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3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김복동 할머니, 이옥선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 강일출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작년 1월 서울 종로구 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3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김복동 할머니, 이옥선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 강일출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사는 이옥선 할머니(91)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죽기 전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막말로 정부에서 돈 받고 할매들을 팔아먹은 것”이라며 즉각 폐지할 것을 주장해왔다.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직접 넣고 있다. [사진=나눔의집 제공]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직접 넣고 있다. [사진=나눔의집 제공]

지난 9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제1 투표소에서 지팡이를 짚은 채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이 할머니의 모습이 공개되며 건강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응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사진 SBS '최후의 심판']

[사진 SBS '최후의 심판']

이와 더불어 과거 방송에 등장한 이 할머니와 일본군 출신 일본인의 만남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5년 광복 70주년 특집으로 방송된 SBS ‘최후의 심판’에선 일본군 출신 야스다 유로(92)가 위안부 참상을 알게 된 후 이옥선 할머니에게 사죄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군 복무 당시 “최전선에서 조선인 위안부를 여럿 봤다"고 말한 그는 당시엔 위안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고백했다.

[사진 SBS '최후의 심판']

[사진 SBS '최후의 심판']

그러나 일본이 저지른 전쟁의 참상을 다룬 사진전에 갔다 온 뒤로 그는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고 멀리서 그를 찾아온 이옥선 할머니에게 진심으로 사죄했다.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듣던 야스다는 ”저희가 정말 죄송하다. 용서받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SBS '최후의 심판']

[사진 SBS '최후의 심판']

방송 말미에 이옥선 할머니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자 그는 말없이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는 “책임감 없는 군국주의자 지도자로 인해 이렇게 된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며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형진 인턴기자 lee.hyung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