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건설융자 '고삐'…개발 포기도 속출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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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건설융자 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 허가를 받은 부지 매각에 나서는 개발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비즈 포커스]
"아파트 등 수익성 낮아져"
대출 기준 강화로 자금난
개발허가 받고도 매물 내놔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건설융자 받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특히 한인은행들은 건설융자 고삐를 강하게 조이고 있어 더욱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LA한인타운에 호텔을 개발하려던 한 개발업체는 건설융자가 나오지 않아 개발 포기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 개발업체 대표는 "작년에 은행에 문의했을 때만 해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답변이 많았다"며 "하지만 정작 개발허가 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건설융자를 받기 위해 한인은행 여러 곳을 접촉했는데 모두 거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인은행과 오랜 비즈니스 관계를 갖고 있어 상당한 크레딧을 쌓았다"며 "더욱이 에퀴티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자가 거부돼 믿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건설융자가 비교적 잘 나오는 중국계 은행 및 주류 은행을 알아보고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아 개발 자체를 상당기간 미루거나 해당 부지를 파는 방안까지 생각하고 있다.

LA한인타운에 아파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한 업체도 비슷한 경우다. 이 업체는 100유닛 규모 정도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건설융자를 알아보다 최근 개발 자체를 포기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건설 융자를 얻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은행들이 개발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았다"며 "당분간은 개발을 포기하고 기존 건물을 고쳐 새로운 테넌트를 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설융자 기준 강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미은행의 앤소니 김 최고대출책임자(CLO)는 "2009년 서브프라임 당시 한인은행들은 건설융자 부실로 많은 고생을 했다"며 "이로 인해 은행들이 꺼리는 융자 중 하나가 됐고 심사도 예전보다 까다로워졌다. 특히 부동산 시장 자체가 3년 전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훨씬 떨어지는 등 위험도가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건설융자는 퍼밋이나 비용 증가 등의 변수가 많은 데다 대출심사 담당자가 관련 분야에 전문지식이 있어야 한다"며 "은행 입장에서 보면 많은 일에 비해 잘 되면 본전이고 잘못되면 부실로 연결된다는 부담감이 큰 융자"라고 말했다.

특히 개발업체가 경험이 많지 않거나 여유자금이 충분치 않으면 융자받기가 더욱 힘들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건설융자를 꺼리다 보니 건설허가까지 받은 프로젝트 시장에 나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LA한인타운 3가의 한 호텔 개발 프로젝트가 최근 약 2000만 달러에 시장에 나왔으며, 올림픽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프로젝트도 20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LA한인타운 인근의 한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도 10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들은 부지 가격에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3가 호텔 프로젝트의 경우, 개발업체가 2년 전 600만 달러가 채 안 되는 가격에 부지 및 건물을 매입한 후 건물을 허물고 개발 허가를 받았으나 지금은 매입가의 3배가 넘는 가격에 시장에 내놓았다.

개발업체 관계자는 "개발허가를 받기 위해 들이는 비용이 상당하다. 여기에 노력까지 더해지면 단순히 프로퍼티를 파는 것 보다는 훨씬 높은 가격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아직은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보니 지나치게 높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서로 입질만 할 뿐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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