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진행하는 수업 프로그램에 다른 학생들보다 하루 늦게 온 정유라씨를 위해 교수가 새벽에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에서 4일 열린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의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모 전 의류산업학과 겸임교수는 지난해 여름 계절학기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 수업 보조교수를 맡아 정씨를 처음 만난 일에 대해 말했다.
해당 과목은 지난해 8월 3일부터 8일까지 중국 구이저우에서 패션쇼 등을 견학한 뒤 보고서를 제출하는 수업으로, 유 전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하는 이인성 교수가 담당 교수였다.
유 전 교수는 이 교수의 지시로 지난해 8월 4일 오전 1시에 구이양 공항으로 정씨를 데리러 갔다고 말했다. "만나서 어떤 대화를 했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최순호 검사의 질문에 유 전 교수는 "공항에서는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다. 숙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앞뒤로 앉아 있었는데 내가 먼저 '유라학생' 하고 말을 꺼냈다"고 말했다.
유 전 교수가 "내가 유라 학생 두 과목을 가르친 강사다"고 하자 정씨가 "아 학점 잘 주셨던데요? 감사합니다 교수님"이라고 말한 일화도 공개됐다.
앞서 정씨는 '컬러플래닝과 디자인', '기초의류학Ⅰ'등 유 전 교수의 수업에서 각각 C+와 B+ 성적을 받고 5학점을 취득했다. 유 전 교수는 이 교수로부터 '정유라가 네 수업을 수강할 건데 잘 해줘라' '이대 학생들은 출석에 예민해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 정유라의 출석을 부르지 말아라' 등의 말을 듣고 출석을 전혀 하지 않은 정씨에게 학점을 주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달 28일 특검팀이 이인성 교수에게 "조폭도 말단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면서 "일고의 용서도 없이 징역 3년"을 구형하게 한 '책임 전가'의 전말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지난해 9월 교육부 감사를 앞두고 유 전 교수가 이 교수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유 전 교수가 "(정유라에게 학점을 주라고) 누구한테 부탁 받으신 것이냐.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하자 이 교수가 몸을 부르르 떨며 "일 커지면 안 돼. 난 정유라를 모르는 걸로 해 줘. 너도 이대 졸업생인데 학교를 위해야지" 등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 유 전 교수가 이 교수로부터 "정유라가 네 소개로 내 수업을 듣게 됐다고 하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다른 교수에게 울먹이며 전한 상황도 공개됐다.
한편 지난 2월까지 이화여대에서 겸임교수를 맡았던 유 전 교수는 이날 재판에서 "이 사건의 시작부터 오늘까지 학점을 준 사람으로서 너무 너무 잘못했다고 느낀다"면서 "나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