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 지상주의' 경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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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제 지상주의'가 중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불균형 발전이 지속되면 2010년께 중국 경제에 커다란 충격이 올 수 있다."

국무원 산하의 싱크 탱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發改委) 연구팀이 경제 발전을 지상 목표로 내건 중국 지도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연구는 중국 최고의 싱크탱크인 발개위가 주도해 1백여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했다. 원자바오(溫家寶)총리에게 제출된 보고서에서 딩위안주(丁元竹) 거시경제 연구팀장은 "중국 사회.경제의 발전이 만들어낸 모순이 갈수록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제발전으로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사고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면서 ▶중.미 관계▶빈부 격차▶고위층 인사 교체▶농업 문제▶세계화▶실업 문제 등 13개 위기 요인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관료들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유일한 목표치로 잡고 있다"며 공정분배 제도 확립, 세금 징수를 통한 빈부격차 해소, 사회 복지기금 확대 등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사회과학원 공공정책 연구센터의 루젠화(陸建華)부주임은 "삶의 질(質)과 수준을 높이는 것을 '중심'으로 해 경제건설.사회발전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에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이 '경제건설 중심론'과 함께 "일부 지역.계층이 먼저 부자가 된 다음 모두가 부유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가 새로 권력을 잡은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과 막후 실력자인 장쩌민(江澤民)전 국가주석 간에 벌어지는 노선 투쟁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江전주석과 측근 세력인 상하이방(上海幇)은 상하이 중심의 창장(長江)경제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비해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16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모든 당.정.군의 기관들이 최선을 다하라"며 취업난.빈부격차 해소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는 모습이다.

관영 매체인 재경시보(財經時報)는 "이번 보고서가 오는 10월 열릴 전국 사회 공작회의에서 토론되고, 제11차 5개년 계획(2006~2010년)의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언론 매체와 전문가들은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확산되는 ▶부정부패▶절대 빈곤▶환경 오염▶에이즈 확산 등을 우려하고 있다.

홍콩의 명보는 "중국 대륙의 소득계층 분포가 '피라미드'형으로 자리잡았다"며 "2000년의 경우 평균 소득이 1인당 연간 2만위안(약 2백80만원)을 넘는 계층이 총인구의 3.5%인 반면 절반 이상의 인구가 연 2천위안도 못 벌었다"고 말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중국 광둥성 광저우(廣州)에서 16일 샤오위(小玉)라는 이름의 소녀가 길에 앉아 구걸을 하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 1일부터 경찰이 부랑자나 걸인들을 구금하거나 쫓아내는 것을 억제하는 새 법이 발효됐다. 길 바닥에 쓰인 글은 엄마.아빠 등 네 식구와 함께 사는 이 소녀가 마음씨 좋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광저우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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